▲ SK 선수들이 야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호주에 들어가기 전 들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훈련 일정, 그리고 훈련 강도, 허허벌판 주위 환경 모두 그랬다.

SK는 지난 5일부터 호주 캔버라에서 유망주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시작부터 “훈련을 많이 하자”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1군 선수들은 휴식도 필요하지만, 1.5군이나 2군 선수들은 기술적인 보완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면서 “캠프가 끝나면 비활동기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조금은 힘들어도 지금은 훈련을 많이 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캔버라 캠프는 5일 훈련 후 하루 휴식의 일정이다. 기존 4일 훈련 일정보다 훈련일 자체가 늘었다. 캠프 내내 휴식일은 3일뿐이다. 그렇다고 훈련 밀도가 느슨한 것도 아니다. 오전 9시 20분 팀 미팅으로 시작되는 훈련은 오후를 거쳐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다른 팀들도 마무리캠프에서 오전 및 오후 훈련을 강도 높게 실시한다. 그런데 SK 캔버라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야간 훈련이다. 실내연습장에서 진행되는 일정이라고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선수들이 “야간훈련이 가장 고비”라고 말할 정도다. 

저녁 식사 후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야간훈련은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2시간 넘게 이어진다. 특히 야수들은 타격은 물론 수비와 주루 기본기 훈련까지 빡빡하게 돈다. 오후 9시부터 진행하는 ‘집중 특타’는 선수들의 한계를 실험한다. SK가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목한 선수들에 한해 진행되는 이 특타는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250개 이상의 공을 친다. 이를 끝낸 선수들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수들은 도보로 숙소로 이동, 40분 정도 개인적인 훈련 마무리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부터는 코칭스태프가 관여하지 않지만, 선수들은 오늘 훈련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한다. 하루를 돌아보는데 유용한 시간이 된다. 그렇게 공식 일과는 오후 10시 10분에 끝난다. 선수들은 “보통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잠자리에 든다”고 설명했다.

주위에 선수들의 신경을 산만하게 할 만한 요소도 없다. 주위를 둘러봐야 건물은 야구장과 숙소가 전부다. 선수들은 “간식을 사려고 해도 걸어서는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우버를 불러서 나가야 한다”고 웃는다. 이런 환경 탓에 휴식일에도 외출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말 그대로 캠프 기간 중에는 야구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코칭스태프도 훈련량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박경완 조동화 코치는 “김성근 감독님께서 재직하던 시절 이후 최고 훈련량이다”고 단언했다. 사실 늦게까지 선수들의 훈련을 도와야 하는 코치들도 몸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와 성장이 보이기에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박경완 코치는 “슬슬 캠프 MVP를 정해야 하는데 너무 고민이 된다”고 즐거운 고민을 드러냈다.

관건은 이 캠프 흐름을 비활동기간에도 이어 갈 수 있느냐다. 캠프까지는 코칭스태프들이 끌어갈 수 있다. 그러나 12월이 시작되면 코치들은 선수들의 훈련에 관여할 수 없다. 선수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 캠프에서 아무리 힘들게 운동을 해봐야 겨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여기서 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겨울에도 계속 훈련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의 의지에 SK의 2020년에 달렸다.

스포티비뉴스=캔버라(호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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