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앞두고 더욱 인기몰이 중인 KBS2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이라는 지방 소도시,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사는 여인 동백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여성 서사를 풀어보인다. 동네장사 하는 미혼모로서 게장 골목 여인들의 질시를 한 몸에 받던 동백의 로맨스와 성장담, 그녀를 둘러싼 범죄스릴러를 흥미롭고도 사려깊게 그리며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고 있다. 주인공 공효진은 물론이고 '향미' 손담비, '홍자영' 염혜란, '곽덕순' 고두심, '정숙' 이정은, '제시카' 지이수에다 김선영 김미화 등 게장골목 사람들까지, 숨쉬는 여성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개성을 꽃피우며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었다.
드라마야 전통적으로 여성 시청자가 주도권을 쥔 장르지만, 올해 입체적 여성캐릭터가 만들어간 빛나는 작품들이 특히 돋보였다.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이 열연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당당히 일하는 여성 전문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드문 '걸크러시' 드라마로 널리 회자됐다. 현재 방송중인 순정만화 엑스트라의 자아찾기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10대 시청자의 저력을 확인하게 했으며, 이혜리의 tvN '청일전자 미쓰리', 김선아의 SBS '시크릿 부티크', 장나라 이청아의 SBS 'VIP' 등도 방송 중이다.
스크린에서 여성의 활약은 더 두드러진다. 580만 관객을 모은 마블의 첫 여성히어로 솔로무비 '캡틴마블'을 시작으로 여성콤비 수사극 '걸캅스'가 흥행하며 상반기부터 그 조짐이 심상찮았다. 여름이 지난 하반기엔 아예 여성감독이 만들어낸 '여성서사'가 비수기 시장을 개척한 코드로 자리잡았다.
편견과 논란을 딛고 공감의 드라마로 탄생한 정유미 주연의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그 중심에 선 작품이다. 반목과 편견이 아닌 공감과 이해의 드라마로 관객에게 다가가며 롱런, 333만 관객을 넘겼다. 솔직 과감한 여성 캐릭터가 돋보인 로맨스물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역시 3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고전이나 다름없는 SF명작을 여성서사로 탈바꿈시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다크 페이트'도 한창 흥행 중이다.
독립영화계에선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의 해외영화제 수상행진과 13만 흥행이 빅뉴스였다. 이밖에도 '우리집'(감독 윤가은), '메기'(감독 이옥섭) 등 젊은 여성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그린 여성의 이야기가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으며 최근 유난히 궁핍했던 한국 독립영화의 활로를 개척했다.
김희애 주연의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이영애 주연의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나문희 김수안의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 등이 속속 개봉을 준비하며 스크린의 여성바람을 이어간다. 안나와 엘사의 모험 '겨울왕국2'와 또다른 강력한 여성 히어로가 등장하는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또한 출격을 앞뒀다.
올해는 '여성'의 힘이 증명된 변곡점으로 기록될 듯하다. '여성영화가 없다' '여성영화는 안된다'는 푸념이 마치 당연한 소리 같았던 최근 몇년과 비교하면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여성서사의 복원은 대중문화 서사에서 소외돼 있던 여성을 주목했다는 '대의'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서사가 중심이 된 영화, 여성감독 연출작 수가 그저 늘어난 게 아니라 연이어 흥행작이 탄생하며 비수기를 개척했다는 점이 특히 의미심장하다. 달라진 분위기와 관객은 업계의 지형을 바꾼다. 소기의 성과가 이어지다보면 '여성 서사'가 더 힘을 얻고 시장을 만들어가게 된다.
한 영화마케터는 "영화 라인업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사회적 분위기나 관객의 패턴이 바뀌면서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의 마인드, 이들이 다루는 아이템도 시류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영화 제작자는 "여름이나 연말 같은 큰 시장에선 아직 부담이 큰 셈"이라면서도 "'여성서사'의 힘을 알아본 이상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강력한 변화가 느껴지는 한해다. 올해가 그 변화의 기점으로 평가될 것 같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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