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6일 시작된 2019년 프리미어 12 예선 C조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첫 두 경기에서 볼넷 1개만을 얻었을 뿐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4번 타자가 터지지 않으니 대량 득점을 만들기 어려웠다. 대표 팀은 투수력을 앞세워 연승을 하고 있었지만 박병호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고심도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을 덜어 낸 뒤 도쿄 슈퍼라운드를 향할 수 있게 됐다. 박병호가 회복의 멀티 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8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 경기에서도 4번 타자로 기용됐다.
김경문 대표 팀 감독은 8일 경기를 앞두고 "박병호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잘 맞은 타구도 있었지만 정면으로 가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대표 팀의 4번을 맡아야 할 선수다. 오늘(8일)부터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슈퍼라운드에 가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예감은 적중했다. 박병호는 이날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첫 타석에서 무력하게 1루 파울 플라이로 물러날 때만 해도 부진이 계속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 달라진 타격을 보였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중전 안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다. 양의지의 병살타로 점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안타였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 박병호는 기어코 타점을 만들어 냈다.
한국이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1, 2루. 박병호는 쿠바 두 번째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로부터 중전 적시타를 뽑아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다. 그제서야 박병호는 세리머니를 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박병호가 웃으니 더그아웃의 기운도 함께 살아났다. 박병호 타점 이후 3점을 더 보태며 승부를 갈랐다.
박병호가 휴화산인 채로 도쿄로 향했다면 대표 팀의 발걸음은 그만큼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병호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마음의 짐을 더는 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4번 타자 박병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타선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쿠바전 승리는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