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박나래.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은퇴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개그맨 박나래가 자신의 첫 스탠드업 코미디 '농염주의보'를 선보인 데 대해 너스레를 떨었다.

박나래는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스페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의 이름을 건 1인 스탠드업 코미디. 국내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처음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박나래가 자신의 연애담을 바탕으로 연애와 사랑, 성(性)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섹시하게 또 유쾌하게 풀어냈다. 분장도 소품도 세트도 없이, 오로지 박나래 혼자서 빈 무대를 꽉 채웠다.

지난 5월 서울 공연은 티켓 오픈 5분 만에 2500석이 매진되는 열기 속에 펼쳐졌고, 이를 약 1시간 분량으로 압축한 19금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지상파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수위다.

▲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박나래. 제공|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를 소화하듯 홀로 자리에 서서 마이크를 든 박나래는 "'농염주의보'가 지난 수요일에 오픈했는데 다행히 제가 은퇴하지 않고 방송을 하게 돼 다행"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나래는 "너무 세서 은퇴할까봐라고 이야기했지만 가장 걱정한 건 재미없을까봐 였다. 개그맨이기 그런 공포가 있었다"며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주고 싶다. 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나머지 50점은 채워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나혼자 산다', '비디오 스타', '코미디 빅리그'를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가를 주름잡고 있는 박나래는 2019년 가장 뜨거운 여성 예능인이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형태로 보나 소재로 보나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그는 "개그맨들도 여러 타입이 있는데 저는 콩트를 주로 한 개그맨이었다. 스탠드업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 사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제 이름을 건 쇼를 해보면 어떨까, 한 3년 뒤에'라고 한 것이 작년 겨울이었다.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 몰랐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이야기가 되며 그 쇼가 스탠드업 코미디가 된 것"이라고 그 출발을 설명했다. 다른 스탠드업 코미디를 찾아보며 공부도 많이 했고, '코미디 빅리그'에서 함께 한 작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6개월을 준비했다.

▲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박나래. 제공|넷플릭스
소재는 '성'(性)이다. 발칙하고 흥미롭지만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여성 예능인으로서는 더 조심스러울 수 있는 소재다. 박나래는 "스탠드업코미디는 본인이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았다"며 "내가 잘하지만 방송에서 못했던 것,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게 뭘까 했을 때 이거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섹스터치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한다. 시대와 잘 물려서 이런 개그를 할 수 있게 됐는데도 제약이 많이 있더라. '마성의 나래바' 코너도 PD님이 정장을 입고 위에 올라가시면서 코너가 막을 내렸다. 너무나 아쉽다.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성(性)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한 번 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호불호가 있는 주제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이야기하는 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 수 있다면 놀자'다. 아직 놀 수 있는 기회가 없지 않나, 혹은 참고 있지 않나 한다. '속이 시원했다', '조금 더 하지 그랬냐' 하는 분도 있고 '괜찮겠냐' 하는 분도 있다. 박나래니까 하는 공연이라고 해주셔서 그게 제일 고맙더라.

자기 이름을 건 쇼를 하는 건 모든 개그맨의 로망이자 꿈일 것이다. 3년 뒤 하고 싶다 했던 건 숫자 떄문이 아니라 박나래가 저 공연을 하기에 자격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시간에 무대에 섰고, 많이 떨었다. 저 혼자 감당해야 하느 무대 아닌가. 세트도 소품도 파트너도 없고 말 하나로 혼자 웃겨야 하는 공연이라 개그맨으로서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떨었던 것 같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웃어주고 함께 즐겨주셨다. 첫 공연한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고 감격적인 자리였다."

물론 성에 대한 코미디쇼라는 게 간단치만은 않았다. 처음 서울 공연때는 공연장 외벽에 걸린, 묘한 상상을 부추기는 포스터가 인근 학부모의 항의로 내려가야 했다. 지방에서는 아예 해당 사진이 외벽에 걸리지 않았더란다. 하지만 박나래는 "한 60대 신사분을 잊지 못한다"면서 "딱 눈에 들어왔다. 저 분을 내 개그로 웃길 수 있을까 했다. 그 분이 껄껄껄 옆사람을 치며 박장대소 하실 때, 내 공연 와서 회춘하셨구나 뿌듯했다. 사춘기 소년처럼 웃고 가셨다"고 환하게 웃었다.

▲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박나래. 제공|넷플릭스
바삐 활동하던 중 최근 갑작스러운 건강이상으로 휴식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박나래는 "10년을 놀았기 때문에 10년치 체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간과한 것이 저의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10년 전에 분명히 팔팔했는데 생각해보니 젊었더라"며 "지금 또 금방 또 건강해져가지고 술 한 잔 마시게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실현됐으면 하는 단 하나가 격정멜로의 주인공이다. 늘 조아리며 '최고 수위 노출도 가능하다' '남의 몸을 쓰지 않고 나의 몸으로 하겠다' 하는데 단 한번도 연락이 안 왔다. 지난해 단 한번 정극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할이 '사내'였다"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다.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내가 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스탠드업 코미디를 '농염주의보'를 준비하면서 처음 찾아봤다고 고백한 박나래. 그는 "소름이 끼쳤다"며 엘리 웡이란 아시아계 여자 코미디언의 무대가 감명깊었다고 말했다. 임신한 채 무대에 올라 성생활과 출산 경험담 등을 풀어놓는 그녀가 너무 "멋있었다"면서 "나도 임신하고 싶다, 나도 임신하면 저러 이야기 해야지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나래는 "13~14년차 개그맨으로 관객을 만나면서 제 개그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자신감이 없었다"면서 "공연을 하고 나서 '이것도 하면 되는구나'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이번 공연은 치트키를 쓴거다. 제가 방송에서 못 보여드렸고 못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했다"면서 "다음에는 아예 다른 주제, 내 입으로 안할 것 같은 이야기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빨리 임신이 됐으면 좋겠다"고 눙쳤다.

▲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의 박나래. 제공|넷플릭스
그는 다른 여성 예능인에게 기회가 가길 바란다며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나래는 "여자 남자 프레임 씌우지 않고 방송과 웃음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야기하고 웃는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힘든 점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여성 예능인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는데 무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가 없어서 안나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가슴아프긴 했지만 비난처럼은 안 느껴졌다"며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안 웃긴 게 아니라 못 웃긴 친구들이 분명 제대로 날 거라고 생각한다. 공개 코미디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이 친구들이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빨리 더 본인을 내려놓고 더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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