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이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9회말 선두타자 박건우의 타구를 놓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역대 한국시리즈(KS)에서 결정적 실책이나 실수로 흐름이 바뀐 사례가 적지 않다. 가을야구에서 치명적인 실책은 악몽의 잔상으로 오래 남는다.

키움 히어로즈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베어스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6-7로 패했다. 1-6으로 뒤지던 경기를 6-6 동점까지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팀 전력의 핵이자 간판스타인 유격수 김하성의 결정적 실책이 패배의 빌미가 되면서 더욱 뼈아팠다.

6-6 동점에서 9회초 득점에 실패한 키움은 9회말 마무리투수 오주원을 투입했다. 어떻게든 실점을 막고 연장 승부로 끌고 가기 위한 강수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선두타자 박건우의 타구는 유격수 머리 위에 떴다. 하늘 높이 뜨기는 했지만 보통의 수비 범위에 드는 평범한 팝업 타구였다. 그러나 김하성이 낙구 지점을 포착하지 못하고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패배의 씨앗이 된 장면이었다.

다음 타자 정수빈의 번트 타구 처리에 우왕좌왕하며 안타를 만들어줬다. 이어 호세 페르난데스가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리면서 3피트 수비방해로 아웃돼 1사 1·2루, 김재환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오재일이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를 때리면서 두산의 7-6 승리로 끝났다.

▲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이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9회말 선두타자 박건우의 팝업 타구를 놓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이 순간, 누가 말하지 않아도 5년 전 가을의 기억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3승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걸린 5차전. 넥센이 1-0으로 앞선 9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김상수의 타구를 잘 처리한 유격수 강정호는 1사 후 야마이코 나바로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당시 넥센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채태인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2사 1·3루가 됐다. 여기서 삼성 좌타자 최형우가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타구를 날렸고 3루 주자에 이어 1루 대주자 김헌곤이 전력질주로 홈을 파고들었다. 삼성의 2-1 끝내기 승리, 넥센으로선 뼈아픈 역전패였다.

허탈해진 넥센은 6차전에서 1-11로 패하며 결국 구단 역사상 최초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2승4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2014년 입단해 어깨 너머로 강정호를 보고 배우던 김하성이 이듬해인 2015년부터 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강정호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주목 받은 김하성은 이후 급성장하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19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치명적 실책을 범하면서 5년 전 강정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호타준족의 출중한 기량으로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로 자리잡은 선수의 결정적 실책이라는 점, 그것도 9회말 실책으로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 등에서 흡사한 면이 있다. 다만 당시와 다른 점은 있다면 5년 전에는 2승2패로 승부의 분수령이 된 5차전이었고, 이번엔 아직 만회할 시간이 충분한 1차전이라는 점이다.

김하성이 1차전 실책의 충격을 딛고 반격 시나리오의 중심에 서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강정호 후계자로서 5년 전 선배가 남긴 선명한 악몽의 잔상까지 이어받고 말 것인가.

'찬란한 가을'과 '잔인한 가을'의 갈림길에 선 김하성이다. 2차전 이후 승부가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