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22일 축구회관에서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을 새로 맡은 콜린 벨 감독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벨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2년 여자 아시안컵 본선까지 3년이다.
여자 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2011년 SC 07 바드 노이에나르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 6월까지 약 8년간 여자축구팀을 맡았다.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15-16 시즌에는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 감독으로 부임했으며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취임 소감을 밝히며 벨 감독은 "조만간 선수들과 첫 만남이 있을 것이다. 선수 중심의 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팀을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배움의 현장이 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만들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장악하는 지도자도 있다. 하지만 벨 감독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를 능동적으로 치르고,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주도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벨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인연이 있다. 벨 감독은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독일 마인츠 23세 이하 팀 감독으로 일하며 위르겐 클롭 현 리버풀 감독과 협업한 이력이 있다. 그는 "(클롭 감독과) 많은 축구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밝힌 축구 철학 속에서 '선수 중심 문화'의 이유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매 경기를 승리해야 한다는 것, 선수들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원만한 관계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선수들의 역량과 전술적인 역량을 논하기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클롭 감독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후 선수들의 역량과 팀 컬러에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를 본다."
클롭 감독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선수단 관리 능력이다. 강력한 카리스마 대신 인간적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 팀을 하나로 묶는다. 2017-18시즌 허더즈필드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끈 경력이 있고 2019-20시즌부터 샬케04를 지도하는 다비드 바그너 감독은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은 클롭 감독한테 배웠다"며 선수 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여자 축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간적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벨 감독은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는 분명 차이가 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주요한 차이로 신체적 차이와 함께 감정적인 면을 짚었다. 벨 감독은 "여자 팀의 경우 감정이 풍부하다. (선수들이0 팀에 조금 더 헌신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감독으로선 보람이 크다.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질문을 던진다. 마치 스펀지와 같다. 남자 축구의 경우 질문이 없다기보단, 지시를 하면 선수가 바로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 여자 대표팀도 헌신적인 면을 잘 활용해서, 이기는 팀, 좋은 팀을 만들기 원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아일랜드축구협회로부터 (벨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는 좋은 평가가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 그가 신뢰받는 지도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사령탑에 올랐던 지도자가 폭행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선수를 존중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벨 감독은 첫 인사를 한국어로 준비하고, 기자회견을 마친 뒤 현장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지도자로 한국 여자 축구의 발전을 이끌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축구회관, 유현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