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이형범이 장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두산 마무리는 이형범이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뛰던 이용찬을 불펜으로 돌리며 허리 이후를 든든히 했다. 이형범과 더블 스토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형범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형범이 한 자리를 확실하게 책임져 줄 때 두산의 불펜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불펜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불안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형범은 시즌 막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형범의 9월 성적은 2세이브 1홀드 1패였다. 평균 자책점은 7.20이나 됐다. 정규 시즌 후 휴식기 동안 얼마나 회복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다행히 내부 평가는 좋아졌다. 휴식기를 잘 이용하며 구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는 21일 훈련에 앞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형범이 마무리로서 풀 타임을 처음 치르다 보니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정규 시즌 우승 이후 충분히 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많이 회복됐다. 연습 경기 등을 통해 봤을 때 확실히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형범은 한국시리즈가 첫 경험이다.

그는 FA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팀의 주축으로 큰 경기를 해 본 경험이 없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첫 경험이다.

한국시리즈는 정규 시즌과는 전혀 다른 무대다. 무게감이 몇 배로 커진다. 한국시리즈 한 경기를 치르면 5경기 정도는 한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온다고들 말한다.

정신적인 부담감은 말할 것도 없다. 승리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 투수는 그 무게감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경험이 부족한 이형범에게는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이형범은 투심 패스트볼이 장기다. 헛스윙을 유도하기보다는 쳐서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투구를 해야 한다. 약한 심장으로 도망가는 승부를 한다면 장점을 살려 볼 기회조차 사라지게 된다.

믿을 구석은 있다. 이형범이 강한 심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심리적으로 쫓기며 어려운 승부를 하지는 않았다는 믿음이 두산에 있다.

김원형 코치는 "큰 경기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은 된다. 하지만 이형범은 강한 선수다. 경기의 무게감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그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형범이 잘 이겨 낼 것이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설레면서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이형범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데뷔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강한 심장으로 지난 한 시즌을 버텨 왔다. 그 강한 심장에 다시 한번 기댈 수 밖에 없다.

이형범은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의 부담감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이형범이라면 긍정적 예상이 가능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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