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시즌 K리그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보경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연세대학교, 한준 기자]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온게 울산이다."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에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은 아직 만 30세로 전성기를 누릴 나이다. 지난 6월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국가 대표팀에 호출하기도 했다. 

축구 선수로 한창 나이지만, 김보경의 화려한 시절은 10여 년 전이다. 2009년 FIFA U-20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그리고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홍명보호의 중심 선수였다.

연령별 대표에서 낸 성과를 바탕으로 김보경은 홍익대학교 축구부 선수에서 해외 무대를 누비는 프로 선수가 됐다. 

2010년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2012년 여름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 속한 웨일즈 클럽 카디프 시티로 이적한 뒤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대성한 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던 김보경


◆ 잉글랜드에서 일본, 한국으로 '서른' 김보경이 지금 바라보는 것

김보경은 2012-13시즌 카디프시티에서 챔피언십 28경기(2득점 3도움)를 소화하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기여했고, 2013-14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28경기를 뛰며 1골을 기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유일한 득점을 올려 화제가 됐다. 

팀이 다시 강등된 이후에는 2014-15시즌 위건 애슬레틱(리그 18경기 2득점)으로 임대됐으나, 그 시즌을 마친 뒤 엄격해진 워크퍼밋 규정으로 인해 영국 무대에 잔류하지 못했다.

16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K리그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 자유 인터뷰 시간에 만난 김보경은 국내 활약을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일반적인 흐름과 달리 유럽 무대를 나와 K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묻자 어쩔 수 없는 아쉬운 마음, 그리고 그 만의 목표 의식을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해외 리그에서 하고 돌아왔는데… 돌아올 때도 워크퍼밋 문제로 아쉽게 왔다. 그런 상황이, 내가 K리그에 돌아왔을 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자 동기부여다. 전북에서 잘하고 일본에 갔을 때, 그때는 느끼지 못한 부족한 부분이 울산에 오면서 좋아졌다."

선수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발전할 수 있다. 김보경은 그 증거가 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를 떠나 2015년 J1리그 마츠모토 야마나가(6경기 1도움)에 입단했던 김보경은 201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만 27세의 나이로 처음 K리그에 데뷔했다. 한 시즌 반 동안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59경기를 뛰며 10득점 10도움을 기록했다.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지향점은 유럽을 떠나와 국내 무대에 도전하는 김보경의 목표는 '최정상'이다. 

"전북에 올 때도 트로피 욕심을 갖고 왔고 들어왔다. 울산에 올 때도 K리그 트로피 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왔다. 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전북의 ACL 우승을 이끌었던 김보경이 전북의 K리그 타이틀을 빼앗기 위해 울산의 리더가 됐다.


◆ 유튜브 하는 이유는 개인 훈련 비법 전수, 스스로 제2의 전성기 만든 김보경의 노력

김보경이 올해 주목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유튜브 활동이다. 훈련과 경기 외 개인 시간에 자신의 이름 스펠링을 딴 KBK 풋볼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과외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한 일이다. 방송 내용이 개인 훈련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하게 된 이유는 개인 훈련하면서 컨디션 좋아지고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였기 때문이다. 후배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 보면서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영상을 보면서 나도 보완할 부분을 챙겨보게 된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나도 도움을 받는 게 많다."

방송을 하고, 또 준비하면서 개인 훈련을 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김보경의 경기력도 좋아졌다. 전북을 떠나 가시와 레이솔에서 보낸 시간 주춤했던 김보경은 울산 입단 후 찾아온 '제2의 전성기'가 체계적인 개인 훈련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과거에 뭐가 잘못된지 알게 된다. 일본에서도 개인 훈련을 했지만 울산에 와서 느낀 것은 더 해야한다는 것이다. 울산에 와서는 마지막 독기를 품고 왔다. 훈련량을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시즌 전부터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어느 정도 결과로 나왔다.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계기로 성장한 거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 됐다."

예리한 왼발 킥과 창조적인 플레이로 어린 나이부터 주목 받은 김보경은 이제 정신적 성숙함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 전체를 이끄는 선수가 됐다.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로 치른 정규 라운드 최종전이 우승을 위한 약이 됐다는 김보경의 말은 그래서 상투적이지만 진정성으로 다가왔다.

▲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김보경


"파이널 라운드 직전에 치른 포항과 경기에서 좋은 약 먹었다. (계속) 좋은 분위기로 가면 안일해질 수 있었다. 중요한 5경기가 남았기에 선수들끼리 대화도 많아졌고, 각성한 분위기가 됐다."

김보경은 긍정왕이다. 10월 A매치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 궁극의 목표인 K리그 우승을 위해선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다행이라고 했다.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고 싶다는 목표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 목표에 조바심을 낼 나이는 지났다.

"대표팀에는대표팀의 문화가 있다. 개인적인 부분까지 100% 나의 컨디션에 맞출 수 없다. (소집됐을 때) 리그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리그에 집중할 타이밍이라 안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개인적 컨디션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으니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연해보이는 김보경이지만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배들을 인정하고, 많은 것을 전수하고 양보하는 김보경이지만 그가 걷는 길은 아직 내리막이 아니다. 울산에서 프로 데뷔 후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우승에 도전하는 일은, 그에겐 새로운 시작을 만들 수 있는 여정이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품은 독기가, 김보경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K리그 우승, 그리고 K리그 MVP라는 타이틀은 김보경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다.

▲ 한 시즌 만에 울산에 없어선 안될 중심이 된 김보경


"개인적으로 유럽을 다시 갈 수 있으면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K리그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시즌 전 생각한 목표는 우승이 가장 크다."

"울산에 왔을 때와 전북에 왔을 때의 마음, 간절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유럽 진출하고 돌아와서 악을 품고 온 게 전북이었고, 제 커리어나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온게 울산이다." 

스포티비뉴스=연세대학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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