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 브런(왼쪽)은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팀 동료 크리스티안 옐리치(오른쪽)을 독특한 방식으로 불러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밀워키의 간판타자 중 하나이자 2011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라이언 브런(36·밀워키)은 12일(한국시간) 유니폼이 이상했다.

소속팀 밀워키의 유니폼은 팔 부위에 금색 줄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날 브런은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알아챌 정도는 됐다. 이유는 경기 후 드러났다. 브런은 “오늘 옐리치의 유니폼을 안에 입고 경기에 나갔다”고 털어놨다. 유니폼을 두 벌 입고 뛴 셈이다.

모든 첨단 기능이 집약된 유니폼이다. 그럼에도 두 벌을 껴입으면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1㎝에 웃고 우는 예민한 스포츠인 만큼 평소와 다른 느낌 자체가 자신의 루틴을 깰 수 있어서다. 그러나 브런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했다. 11일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팀 동료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위해서, 그리고 그의 좋은 기를 팀에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이자, 올해도 MVP 후보였던 옐리치는 11일 불의의 부상에 쓰러졌다. 파울 타구가 자신의 무릎을 강타했다. 검진 결과 골절 판정이 나왔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 수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회복까지 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19년은 그대로 끝났다.

브런은 옐리치의 유니폼을 입는 방식으로 그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운을 받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웃었다. 브런은 “옐리치와 사이즈가 같았다. 약간 다른 느낌은 있었지만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그랬다”고 설명했다. 옐리치는 경기장 밖에 있었지만, 옐리치의 유니폼과 그의 좋은 기운은 밀워키 동료들과 함께 뛰고 있었다.

브런은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밀워키는 7-5로 이겼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인 밀워키(77승68패)는 아직 포스트시즌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지구 선두 세인트루이스와 경기차는 4경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시카고 컵스와 공동 2위다. 옐리치의 부상은 분명 뼈아픈 타격이지만 밀워키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동료에게 바치겠다는 각오다.

밀워키가 이기면서 브런이 13일에도 유니폼 두 벌을 입을지 관심이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 덩어리들이다. 한 번 이기거나 좋은 활약을 할 때의 루틴을 깨질 때까지 지키는 경향이 있다. 만약 밀워키가 연승이라도 탄다면 다른 동료들도 브런처럼 행동할지 모른다. 옐리치의 유니폼이 승리의 부적이 될지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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