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윤희상은 2020년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그는 어깨 수술을 고민 중인 후배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한숨을 내쉬곤 했다.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지었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몸도 아팠고 마음은 더 아팠다. 

윤희상(34·SK)은 3년 차였던 2006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어깨 수술은 투수 인생을 건 도박이다. 누구도 정상적인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 재활 과정도 힘들다. 상대적으로 정복된 영역으로 평가되는 팔꿈치 수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윤희상도 2009년에야 1군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보다는 나았다. 지옥에서 돌아온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윤희상이 다시 지옥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자청했다. 윤희상은 8월 초 오른쪽 어깨 수술을 결심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통증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30대 중반에 이른 투수의 어깨 수술은 경력 자체를 끝낼 수도 있었다. 한 번 칼을 댔던 선수라 망설임은 더 컸다. 하지만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11일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만난 윤희상은 “야구를 1년이라도 더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에는 치료와 재활로 버텼다.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 적어도 공을 던지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아픈 어깨에는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윤희상은 “한 번 치료를 받으면 2~3주는 괜찮았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 효과의 주기가 짧아졌다”고 떠올렸다. 플로리다 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재활을 했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상태는 결단을 강요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대에는 문제가 없었다. 윤희상도 “생각보다 인대가 괜찮아 다행이었다. 인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했다. 통증을 유발한 오른쪽 어깨 웃자란 뼈를 관절경 수술로 깎아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윤희상은 “최근에 병원에 갔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됐더라”면서 “아직 관절경 자국이 남아있고 실밥이 다 녹지 않았다. 그래도 이전보다 훨씬 낫다. 일상 생활도 편해졌다”고 애써 미소 지었다.

인대 수술은 면했지만 그래도 어깨다. 재활 기간만 8개월 짜리다. 윤희상은 다시 고된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재활도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윤희상은 수술 후 최근까지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숙식을 하며 재활에 매달렸다. 아마도 퓨처스파크 역사상 최고령 숙소 입소자였을 것이다. 윤희상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연속이지만 차분하게 가본다는 생각이다. 윤희상은 “스프링캠프 참가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때 몸 상태를 봐야 한다”면서도 “내년 3~4월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고된 길이지만 한 번 그 길의 끝까지 가본 경험이 있는 윤희상이다. 선수와 구단은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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