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구단 소속 10명의 스카우트들이 11일 잠실구장에 집결해 NC전에 선발등판한 조쉬 린드블럼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잠실, 이재국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과연 올 시즌 후 조쉬 린드블럼(32·두산)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시즌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외국 스카우트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특히 올 시즌 KBO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린드블럼을 관찰하기 위해 미국에서, 일본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대거 잠실을 찾아 주목된다.

◆8개 구단에서 온 10명의 스카우트, 린드블럼 관찰

11일 잠실구장 본부석 뒤쪽에는 해외 스카우트들이 진을 쳤다. 이날은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이 NC전에 선발등판한 날이었다. 총 8개 구단 10명의 외국 스카우트가 잠실을 찾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구단과 최다 인원이 잠실에 집결했다.

세분화해보면 메이저리그에서는 6개 구단에서 왔다. 뉴욕 양키스(1명)를 비롯해 텍사스 레인저스(1명),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명), 마이애미 말린스(1명), 토론토 블루제이스(1명), 디트로이트 타이거스(1명)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소프트뱅크 호크스(2명)와 세이부 라이언스(2명) 2개 구단에서 총 4명이 잠실을 찾았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매년 시즌 막바지인 이맘때쯤은 해외 구단 스카우트들이 많이 오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례적으로 많다"면서 "린드블럼 보러 온 것 아니겠나. 이들 중에는 그동안 꾸준히 린드블럼을 살펴본 스카우트들도 있고, 최근 기장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김에 오늘 잠실까지 찾아온 스카우트도 있다"고 설명했다.

▲ 두산 조쉬 린드블럼 ⓒ곽혜미 기자
그러나 이날 린드블럼은 6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홈런 1방을 포함해 5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최고 구속 149㎞로 탈삼진 6개를 곁들여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올 시즌 보여준 최고 구위와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가을장마로 인한 우천취소로 등판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린드블럼은 지난 6일 인천에서 SK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이 예정돼 있었지만 비로 인해 계속 기다렸고, 1회말 시작할 무렵 우천취소되면서 등판이 무산됐다. 그 이후 10일 잠실 NC전에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또 다시 우천취소됐다. 결국 하루 더 늦은 이날, 본의 아니게 8월 31일 이후 11일 만에 등판을 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한 스카우트도 "평소보다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하다. 비로 등판이 계속 미뤄져 감각이나 컨디션 조절이 조금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몇몇 스카우트는 린드블럼이 강판하자 평가를 마무리한 뒤 잠실구장을 떠났다.

◆ML 10승 투수 메릴 켈리 효과

최근 여러 야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메릴 켈리 효과가 있는 듯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KBO리그 정상급 투수였던 켈리가 올 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뒤 10승 투수가 되자 "KBO리그 톱클래스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켈리처럼 통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켈리가 후반기에 다소 주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10승 투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켈리는 2015년 SK에 입단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4년간 통산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엔 12승7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KBO리그 톱클래스 투수였지만 사실 최고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최근 10승 고지를 밟았다. 12일 현재 10승14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 중이다.

그러다보니 올 시즌 20승을 올리며 역대급 투수로 자리 잡고 있는 린드블럼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도 경험했고, KBO리그 실적도 켈리보다 우위에 있다. 2015년 롯데에 입단한 뒤 현재까지 63승33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 중이다. 이날 패전투수가 됐지만 올 시즌엔 20승2패, 평균자책점 2.15로 더 빼어난 성적을 찍고 있다.

▲ SK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 애리조나에 입단한 메릴 켈리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에 10승 투수가 됐다.
◆린드블럼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물론 KBO리그 성적이 ML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린드블럼을 놓고 다른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내년이면 만 33세에 이르는 나이 등을 감안했을 때 쉽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하게 "메이저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아 KBO리그에 왔는데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대로 "KBO리그에서 켈리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고, 처음 KBO에 왔을 때보다 투구 메캐닉이나 구종, 중심이동을 포함한 투구폼 등이 분명 진화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가면 켈리 이상의 활약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선택지가 반드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도 꾸준히 린드블럼을 시야에 넣고 있다. 특히 이날은 소프트뱅크와 세이부, 2개 구단에서 2명씩의 스카우트가 왔다.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날은 스카우트가 잠실에 없었지만 한신 타이거스가 이미 린드블럼을 영입 대상에 올려두고 있다는 얘기도 일본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두산 관계자는 "지금은 스카우트들이 그동안 해온 스카우팅리포트 작업을 정리하는 단계"면서 "통상적으로 정말 선수를 스카우트하려는 구단은 시즌 막판에 결정권자급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에 오거나 더 많은 스카우트들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10명의 외국 스카우트들은 린드블럼의 무엇을, 어떻게 봤을까. 자세한 평가 내용은 친분 있는 스카우트들끼리도 공유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린드블럼은 과연 시즌 후 어떤 유니폼을 입을까. 두산에 잔류할지,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지, 일본프로야구 무대로 뛰어들지….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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