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오른쪽)에게 안겨 포효하는 나상호(왼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목표에 시동을 건 승리였지만, 가시밭길을 예고한 경기처럼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 팀은 10일 오후(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페르다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1차전에서 나상호(FC도쿄), 정우영(알사드)의 연속 골로 2-0으로 이겼다.

예선 첫 경기라는 부담감에 원정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한 승리였지만, 분명한 것은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반 13분 나상호의 선제골이 터지고 후반 37분 손흥민이 파울을 당하며 얻은 프리킥을 정우영이 넣기 전까지 투르크메니스탄의 압박에 고전했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각자 다른 리그 일정으로 제대로 호흡을 맞추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가 전부였다. 지난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 2-2로 비기며 예열을 했지만, 원하는 내용과 결과는 아니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3전 전패하며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일본과 첫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얼마든지 한국을 괴롭힐 가능성이 있었다. 2008년 6월 한국과 홈 겨루기에서 후반 36분 김두현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1-1 동점으로 팽팽하게 싸웠다. 추가 시간 김두현이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3-1로 어렵게 이긴 상대였다.

이번 경기를 앞둔 투르크메니스탄이 공식적으로 치른 경기는 지난 5일 스리랑카와 1차전이 전부였다. 스리랑카 원정을 치러 2-0으로 이긴 뒤 비행기를 한 번 환승해 아시가바트로 돌아왔다고 한다. 체력으로 본다면 이스탄불을 거친 한국과 비슷했다.

그러나 의지는 대단했다. 한국도 초반 황의조(지롱댕 보르도)가 두 차례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을 보여 주며 꼬인 경기를 했다. 이후 계속된 기회도 투박한 전술 변화로 상대에 읽히며 애를 먹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인 한국과 132위인 투르크메니스탄의 숫자는 그라운드 위에서는 제약 조건이 되지 않았다. 

한국만 이런 상황을 겪은 것은 아니다. 지난 5~6일에 열린 1라운드는 실력이 비슷하거나 차이가 있는 경기가 많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이란(23위), 일본(33위), 호주(46위) 등 상위권 국가들이 나선 2라운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는 최종 예선 단골손님 우즈베키스탄(84위)이 팔레스타인(102위)에 0-2로 잡히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2라운드에서는 22위인 이란은 홍콩(139위) 원정에서 2-0, 생각보다 적은 점수 차이로 이겼다. 일본도 미얀마(135위)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전반 두 골을 넣은 뒤 후반 미얀마 수비를 뚫지 못하며 추가 골 사냥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68위)는 바레인 중립 경기로 열린 예멘(142위)전에서 2-2로 비겼다. 양팀 맞대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더는 대량 득점에 의한 승리를 바라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팽팽한 경기 내용이 벌어진다는 것은 곧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고 완벽한 내용과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비단길이 가시밭길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종 예선 진출을 바라보고 출발한 한국은 더 그렇다. 북한이 2연승을 달린 상황에서 10월 평양에서 대기해 적잖이 부담스럽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원정에서 패했던 레바논도 있다. '승점 자판기'로 예상되는 스리랑카도 생각보다 적은 실점을 하며 힘을 낼 상대라는 것도 보여 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FIFA 랭킹 상위 국가들도 2차 예선부터 참가하게 했는데 아시아 축구 실력 좁히기라는 그들의 목적에 점점 부합해 가는 중이다. 한국이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공격 능력 향상과 말끔한 수비 조직력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린 예선 초반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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