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와 창간 특집 단독 인터뷰를 가진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 2002년 FIFA 한일월드컵에 참가한 이후 두번째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파울루 벤투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벌써 1년의 시간을 보냈다. 벤투 감독에게 주어진 미션은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이다. 

부임과 함께 2019년 AFC UAE 아시안컵을 치러야 했던 벤투 감독의 진짜 미션은 9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 일정으로 시작됐다. 장도에 오르기 앞서 벤투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만났다. 공식 기자회견에서와 달리 편한 자세로 긴 시간 여유있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창간 5주년(10월 20일) 앞둔 스포티비뉴스와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벤투 감독은 ①한국에서의 삶과 ②자신의 축구 철학,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계획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밝혔다. 스포티비뉴스는 두 편에 걸쳐 벤투 감독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다. 지난 1년 동안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정제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던 벤투 감독의 내밀한 생각을 스포티비뉴스가 전한다.

- 어느새 한국에 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국 생활에 적응이 좀 되었나요?

“우선 제 고국 포르투갈과 한국은 워낙 다른 점이 많습니다. 속한 대륙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차이로 문화와 언어가 다르니까요. 양국 국민의 축구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죠. 포르투갈에서 온 우리 스태프가 나름대로 축구에 대해 생각하고, 축구를 대하는 방식이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도 한국만의 사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이에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는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고 논하기 전에, 어떻게 이 환경에 최대한 맞추고 적응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집중했습니다. 다름을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가 얼마만큼 적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우리 스태프에게도 한국에 오기 전부터 강조하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일로 바쁜 일정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한국 사회나 한국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 느낀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서의 삶과 포르투갈에서의 삶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면일까요?

“생활하면서 느끼는 차이 중 가장 피부로 와 닿는 것은 날씨입니다. 한국은 포르투갈보다 겨울이 길고 춥더라고요. 지난해 11월부터 1월 사이에는 포르투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추위를 겪었어요. 가족을 데려와서 사는 스태프도 있어서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어린이들과 생활하는 가족은 더더욱 그렇죠. 지금 (8월)무더위도 포르투갈과 상당히 다릅니다. 서울의 교통체증도 워낙 심해 차가 막히는 것도 미리 고려해 이동해야 하더라고요. 길이 막혀도 인내심을 갖고 적응해야 합니다(웃음). 아이들과 온 스태프의 경우 학교 생활 적응도 중요합니다. 국제학교를 보내더라도 새로운 교육 환경 등 많은 점에서 적응할 부분이 있어요.”

- 한국 음식도 많이 시도해보셨나요?

“음식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새로운 음식도 많이 접해보고 먹어보면서 한국 음식 중에도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잘 찾았습니다. 한식을 매일 먹는 것은 아니고요. 사실 한국에서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서양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음식이 많아서 양식과 한식을 번갈아 먹고 있습니다. 집에서는 주로 양식을 먹고요. 그렇지만 한식도 잘 가리지 않고 다 먹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비빔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추장은 거의 넣지 않고요(웃음).”

“식문화에서 포르투갈과 다른 것은 식사 시간입니다. 포르투갈보다 한국의 식사 시작 시간이 빨라서, 때로는 식당에 갔을 때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시간에 대해서도 적응을 해야 했습니다.” 

▲ 스포티비뉴스와 창간 특집 단독 인터뷰를 가진 벤투 감독 ⓒ한희재 기자

■ "지역 기반 축구팀, 공동체 의식 함양에 도움"
■ "어린 시절 경험이 성인으로 이어져…운동해야 건강한 삶"

- 유럽에서 축구는 생활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일상생활 속에 사람들이 축구를 어떻게 접하고, 지역축구팀에 대한 밀착도가 어떤가요? 한국사람들은 대표팀 축구만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난 1년간 K리그 경기장을 다니며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독보적 인기를 가진 제1의 스포츠가 아니다 보니 거기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보며 느낀 것은 대표팀 경기와 K리그 경기에 대한 열기와 관심의 차이가 상당히 느껴졌어요. 유럽의 경우 라틴계 국가뿐 아니라 잉글랜드 등 많은 나라의 축구 열기가 높고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축구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고, 그런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하게 되는 것이죠. 축구가 그런 지위를 갖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문화가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축구 이외에도 많은 다른 즐길 거리가 있는 환경적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해 어린 시절의 환경도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의 결과로 나오는 것 같아요.”

- 유럽에서 축구는 단지 상업적, 산업적 가치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유대감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축구가 공동체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떤 축구팀에 소속감을 느끼거나, 공동체 의식을 느낀다는 것은, 우선 가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축구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운동을 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어요. 팀에 소속되어서 축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고, 정이 가고,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럽게 함양되는 것입니다.” 

“포르투갈과 한국의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구단의 운영 주체입니다. 한국은 기업 구단이 대부분이다 보니 지역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기업이 아닌 지역 기반입니다. 자연스럽게 지역 사람들이 나를 대변해주고, 나와 느낌을 공유하는 일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내 지역의 축구팀이 안 좋은 시기를 겪거나 성적이 안 좋을 때 같이 슬프고, 또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같이 기뻐하는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죠.”  

▲ 포르투갈 명문 클럽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했던 벤투


■ "포르투갈의 육성 시스템, 구단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

■ "K리그 보며 느낀 것, 어린 선수 더 과감하게 기용해야"


- 본인이 선수로 뛴 스포르팅 클루브 데 포르투갈(스포르팅 리스본)을 비롯해 포르투갈도 종합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축구팀이 생활체육 및 일반 운동 종목과 어떻게 교류하고 연계되고 있나요?

“포르투갈에서는 스포르팅 뿐만 아니라 많은 구단이 축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 팀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구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특히 빅3팀을 중심으로 구단마다 추가로 운영하는 종목이 따로 있어요. 당연히 가장 큰 게 축구고, 축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종목들도 나름대로 지역 사회에서 구단의 이미지와 정통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팀이 하나로 모여서 구단의 정체성을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죠. 포르투갈에는 농구, 하키, 풋살 등 팀을 운영하는 축구단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뿐 아니라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팀들도 여러 종목의 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축구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기능을 하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일반 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다른 종목에 투자하는 개념인가요?

“스포츠 저변 확대 이야기를 하셨는데, 포르투갈에서 저변 확대 기능도 당연히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육성이 많은 구단에게는 생존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많은 구단이 사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생존을 위협받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취지의 생활체육 저변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육성을 계속 해서 좋은 선수를 많이 키우는 게 수익으로 연결되고 구단이 생존할 기반이 된다는 것입니다.”

- 이러한 문화가 한국축구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

“내가 한국에 긴 시간을 있지 않았고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에서 내가 느낀 것은 선수 육성에 있어서, 어린 선수를 좀 더 과감하게 기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문화적 부분 때문일 수도 있고, 지도자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험있는 선수 기용을 원하고, 그를 통해 성적을 내는 것도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유럽에선 그런 면이 한국 보다 덜 해요. 포르투갈에서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키운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빛을 발하게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와 개념으로 선수 육성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과 훈련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2)편에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상암동,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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