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전 서로 안고 좋은 경기를 기원한 팔메이라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경기는 진지하게 해야 하지만, 긴장하면 안 됩니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미니 클럽월드컵'이 열렸다. 15세 이하(U-15) 팀들이 출전한 '2019 제주국제유스축구대회'로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HM스포츠가 운영을 대행했다. 유럽, 남미, 북미 등 타 대륙 국가 팀까지 참가해 아시아 축구연맹(AFC)과 대한축구협회의 승인도 거친 국제대회였다.

가장 화제가 됐던 팀은 '이름값'으로 보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나 뉴캐슬 유나이티드, 카디프시티(이상 영국),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 유럽팀이어야 했지만, 팔메이라스(브라질)였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코린치안스, 산토스, 플라멩구, 크루제이루, 그레미우, 상파울루, 플루미넨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팀이 많다. 팔메이라스도 브라질 1부리그인 세리에A를 10회나 우승한 명문 팀이다. 팔메이라스는 지난 시즌 참가한 36개의 대회 중 30개 대회를 우승했다고 한다.

팔메이라스는 이번 대회 D조에서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도쿄 베르디(일본)에 3경기 모두 이겼다. 전북에 7-0, 제주 6-0, 도쿄에 7-2로 승리했다. 8강에서도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6-0으로 꺾었다. PSV도 수준이 있는 팀이었디만, 팔메이라스의 실력에 놀랐다고 한다.

4강에서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가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못하게 만들며 4-0으로 이겼다. 결승에서도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이긴 성남FC의 조직력에 고전했지만 2-1로 승리,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제주 대회에서 성남을 2-1로 꺾고 우승하면서 벌써 3개째 우승컵을 챙겼다.

이들이 축구를 대하는 방식은 브라질 특유의 정서가 묻어 있다. 경기 전 준비 운동에 앞서 노래를 부른다. 위, 아래로 뛰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지만, 자세는 다르다. 경기 시작 전에도 의기투합하며 소리를 지르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기도문(?)'을 외우며 마무리한다.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 왔던 산토스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 그런데 팔메이라스는 좀 더 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루카스 페레이라 팔메이라스 감독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며 웃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의식을 두고 루카스 감독은 "긴장을 완화해서 들어가려는 것이다. 경기는 진지하게 해야 하지만, 긴장하면 안 된다"며 '즐기는 축구'가 승리를 안겼다고 전했다.

▲ 루카스 페레이라 팔메이라스 감독, "즐겨야 창조성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팔메이라스와 다른 구단들의 차이는 명확했다. 국내 참가 팀의 경우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계속 벤치의 지도자를 봤지만, 팔메이라스는 달랐다. 그들 스스로 그라운드 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뽐냈다. 있는 재능은 다 꺼내 보이라는 뜻이다. 실패하면 또 도전하면 된다는 간단한 생각도 붙였다.

그는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이기면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설사 진다고 뭐라고 할 것도 아니다. 그 역시 배움의 과정 중 하나다"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성남과 결승전에서 고전하면서도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36시간이나 걸려 한국에 온 것도 배움을 위한 것이다. 그는 "아시아 다른 나라 대회도 가봤지만, 한국은 기술적으로 발달했고 현대적이다. 일(축구) 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선수들이) 언젠가 한국에 와서 (K리그에서) 뛸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소년 팀에서 성인팀까지 진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많아야 2~3명 정도라고 한다. 팔메이라스는 재정적인 여건이 나쁘지 않아 성인팀에 진출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수준으로 어렵다. 그는 "이들이 팔메이라스 성인팀에서 뛰면 좋겠지만, 다른 팀이나 리그에서 뛰어도 좋다. 기술 향상만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팔메이라스는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인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를 육성한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수스는 2015년 성인팀에 올라와 기량을 보인 뒤 2016년 여름 맨시티에 입단했다.

루카스 감독은 "제주스도 즐기면서 성장했다. 우리가 지금 네이마르나 리오넬 메시를 큰돈을 주고 영입하기는 어렵지 않나. 팔메이라스라는 팀 철학에 맞게 선수를 육성하면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된다"며 즐기면서 기술을 익혀 세계 최고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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