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면에 가변석이 설치된 안양종합운동장, 홈팬들의 응원 집중 효과가 상당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프로축구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점수 7-1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안양, 이성필 기자] 구단 창단 후 역사적인 경기 결과를 만든 K리그2(2부리그) 시민구단 FC안양의 힘은 가변석을 갖춘 홈구장의 대대적인 변화였다.

안양은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20라운드에서 광주FC에 7-1 대승을 거뒀다. 2013년 K리그2가 챌린지라는 명칭으로 시작, 안양이 참가해 7골을 넣고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K리그1 승격이 없는 안양이다. 온전히 K리그2에서만 있었다. 이전까지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것은 4골이었다. 그것도 네 번의 4-1 승리가 있었다. 7골을 몰아넣은 것이 어색한 이유다.

구단과 K리그2 역사에 없는 7-1 승리, 가변석 효과 톡톡

K리그2로만 한정해 따져봐도 한 팀이 7골 이상을 넣고 이기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2013년 고양 Hi FC가 안산 무궁화에 원정에서 0-8로 패한 것과 2016년 9월 7일 경남FC가 홈에서 파산 직전의 고양에 7-0으로 승리한 것, 같은해 10월 15일 충주 험멜이 안산에 8-1로 이긴 것까지 3경기에 불과하다. 7-1 승리 자체가 희소성이 있다는 뜻이다.

한 번에 놀라운 역사를 창조한 안양이다. 팀 창단 첫 5연승에 최다골, 최다골 차 승리다. 홈 5연승도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4연승이 최고였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관중석에서는 7-1이 됐는데도 "한 골 더 넣어라", "8-1 가자"고 흥분하며 소리치는 관중이 다수였다. 이길 때 확실하게 이기자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광주와는 팽팽했다. 4월7일 광주 원정에서 2-2로 비겼고 6월 2일 홈에서는 0-1로 졌다. 광주의 19경기 무패 과정의 희생양이었다. 두 번의 아쉬움을 철저하게 분석해 승리로 만든 안양이다. 광주 골잡이 펠리페는 광주 출신 유종현에게 꽁꽁 묶였다.

안양은 지난 5월 12일에서야 홈 첫 경기를 했다. 종합운동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변석을 설치하느라 개막 후 10경기를 원정으로 치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축구전용구장과 유사한 느낌으로 변한 홈 10경기에서 6승1무3패라는 호성적을 냈다. 3패도 아산 무궁화(0-1), 광주, 부산 아이파크(1-3)였다. 팽팽한 경기가 다수였다. 원정은 4승3무3패였다. 홈 승률이 65.%로 원정 승률 55.0%보다 조금 더 높다. 광주(83.3%) 다음으로 홈 승률이 높다.

가변석은 기존 종합운동장을 사용하는 구단들이 많이 설치해 운영해왔다. 서울E, 부산, 수원FC, 부천FC 1995 등이 선택해 관중 집중 효과를 봤다. 원정석에는 설치하지 않아 홈 응원 집중이라는 이점을 철저하게 누리는 방향으로 활용했다. '겨울 정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던 박진섭 광주 감독을 향해 "이제는 벗읍시다", "(박)진섭아! 벗어"라는 함성이 계속 들렸던 이유다. 터치라인과 엔드라인에서 관중석 사이는 10m 남짓이다.

놀랍게도 안양은 홈 10경기에서 3만3천481명의 유료 관중을 모았다. 경기당 평균 3천348명으로 지난해 비슷한 시기 10경기에서 기록한 1만6천323명, 경기당 평균 1천632명의 두 배나 됐다. 개막전 효과를 뺀 지표로 비교하면 더 놀랍다. 지난해는 9경기 9천820명으로 경기당 평균 1천91명이었지만, 올해는 9경기 2만2천383명, 경기당 평균 2천487명이다. 분명한 효과가 생긴 셈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가변석 설치 아이디어가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최 시장은 열성적인 축구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안양 관계자는 "구단주가 먼저 경기장 관람 여건 개선을 위해 가변석을 제안했다. 10억 원을 들여 설치했는데 기존에는 원정석도 설치하려고 했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아마 내년에는 원정석도 가변석을 설치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 기존 관중석과 가변석 사이 공간에 푸드 트력과 미끄럼틀 풀장을 설치해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 경기 후 골대 뒤 관중들과 기념 촬영에 나선 FC안양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주의 가변석에 대한 관심에 팬들의 응원 열기가 시너지, 홈 승률 65.5% 

원정석에도 가변석을 설치하는 이유는 축구전용구장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한쪽이 개방되면 경기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확실하게 압축된 효과를 얻겠다는 뜻이다. 안양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구FC의 DGB대구은행파크, 부천FC의 부천종합운동장을 최 시장이 자주 모니터했다고 들었다. 축구전용구장 건립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변석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가변석은 3천486석이다. 조금만 늦으면 만석이다. 기존 관중석으로 올라가야 한다.

김형열 감독은 "(가변석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시장님이 구상해서 가변석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알고 있다"며 경기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광주에) 저번에 패했는데도 경기를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번에는 이기고 싶었다"고 승리욕을 드러냈다.

안양은 가변석으로 기존 관중석 사이 생긴 공간도 그냥 두지 않았다. 남쪽 골대 뒤에는 푸드트럭이 영업했다. 경기 중에도 구매하며 관전하는 팬들이 보였다. 바로 옆에는 여름 더위 극복을 위한 물놀이 미끄럼틀이 성업 중이었다. 본부석 사이에서는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경기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기 때문에 '유료 관중'으로 잡힌다. 또, 경기장 안에서 다양하게 즐기는 효과로 이어진다. 


구단 창단부터 경기를 봤다는 유남선(48) 씨는 "확실히 경기를 볼 맛이 난다. 수준을 떠나서 가까이서 선수들의 호흡을 들으며 본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놀랍나. 종합운동장 시야로는 선수 등번호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아이들도 좋아하니 자주 오게 된다"며 가변석이 주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비가 오면 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젊은 팬들의 유입이다. 과거 안양 경기에는 아저씨 팬이 상당수를 차지하거나 서포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올해는 10~20대로 보이는 팬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들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없지만, 안양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경기가 끝나고 선수대기실 앞까지 와서 기다리는 등 정성을 다했다.

광주전이 끝난 뒤 가장 큰 환영을 받은 선수는 안양 유스 출신 공격수 조규성(21)이었다. 188cm의 조규성은 조명탑 불이 다 꺼져 가는데도 자신을 기다린 팬들과 촬영하고 선물도 가득 받았다. 고교 졸업 후 광주대에 갔다가 우선지명으로 올해 성인 무대에 데뷔했는데 10골로 펠리페(광주FC, 14골),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11골)에 이어 득점 부문 3위다.

이날 골로 4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김학범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골 중 6골을 홈에서 넣었다. 조규성을 향해 "도쿄 갔으면 좋겠어요"라는 팬들의 덕담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 역시 공간의 영리한 활용으로 얻은 효과다. 안양종합운동장은 선수대기실이 양쪽 골대 뒤를 기준으로 동측 관중석 방향에 붙어있다. 선수들이 정문 방향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안양 관계자는 "선수들이 바로 개별 퇴근을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팬이 많다"며 즉석 팬미팅 풍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종합운동장이라면 관중이 그라운드로 내려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안양은 순위 싸움이 치열해 '플레이오프 진출' 등 구체적인 성적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안양답게' 축구를 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관중과 호흡하기 좋은 홈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으면서 저 멀리에 있는 어떤 꿈(=PO를 통한 K리그1 승격 가능)에 조용히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스포티비뉴스=안양,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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