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핸드볼 간판 스타 류은희가 유럽 정복에 나선다 ⓒ 대한핸드볼협회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이충훈·임창만 PD] "가야할 때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류은희(29)가 15일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꿈을 향한 선택이다.

키 180cm의 왼손잡이 라이트백 공격수인 류은희는 현재 한국 여자 핸드볼 정점에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여자 핸드볼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 시즌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2014 인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대표 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전성기에 있는 류은희의 다음 선택은 해외진출이다. 한국 핸드볼 선수가 유럽 리그에 진출하는 건 2011년 오성옥(오스트리아, 히포방크) 이후 8년 만이다.

류은희가 새 둥지를 튼 곳은 프랑스 리그의 파리92다. 파리92는 지난해 프랑스 1부 리그 3위에 오른 강팀이다. 오래 전부터 류은희에게 꾸준히 영입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92는 류은희와 2년 계약을 맺었다. 2년 차에는 류은희의 선택에 따라 팀에 잔류할 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는 1+1 계약이다.

류은희는 "가야할 때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며 "언제 부상이 올지 모르지 않나. 당장 돈을 보고 1, 2년 국내에 있더라도 내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외진출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류은희가 해외에 나갈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올림픽이나 세계대회가 끝나면 류은희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유럽 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류은희는 부상과 당시 소속 팀과의 계약 문제로 발이 묶였다. 류은희는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유럽에 갈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전 구단과 계약 문제가 있었다. 오퍼가 올 때면 부상을 당하거나 이제 막 수술 후 복귀를 준비할 때이기도 했다. 유럽진출을 이런저런 문제로 미뤄왔고 포기했다"며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또 기회가 왔다. 이번엔 미루지 않고 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 류은희가 상대 수비를 넘어 슛을 던지고 있다 ⓒ 대한핸드볼협회
류은희는 현재 국내 핸드볼 리그 최고의 선수다. 현실에 안주했다면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진출에 나섰다. 꿈을 위해서였다. 류은희는 "(유럽에 가면)한국보다 못 받는다. 특히 국내에 있으면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거의 없지 않나. 하지만 프랑스에 나가면 모든 게 돈이다. 금전적인 것만 보면 한국에 있는 게 더 낫다. 부모님도 반대했다"면서도 "하지만 대표 팀과 유럽진출은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는 거다. 다행히 부모님도 내 의견을 많이 존중했다"고 말했다.

과연 류은희는 유럽에서도 통할까? 많은 핸드볼 관계자들은 "현지 적응만 잘한다면 충분히 통한다.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류은희의 생각은 반반이다. 그녀는 "1, 2경기는 그쪽에서 날 잘 모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워낙 분석력이 뛰어난 나라다. 선수의 개인 성향을 잘 간파한다. 나도 준비를 잘하겠지만, 성공할지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9년 류은희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프랑스에 뛰면서도 9월말에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을 위해 다시 귀국해야 한다. 올해 11월엔 일본 구마모토에서 여자 핸드볼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프랑스와 한국, 일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일정이다.

류은희는 "프랑스에 갔어도 얼마 있지 않아 올림픽 예선 때문에 들어와야 하고 세계선수권 때문에 또 와야 한다. 내가 시차적응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잠을 잘 자야 경기력이 좋은데 크게 걱정된다"면서도 "대표 팀은 유럽진출만큼이나 내 어릴 적 꿈이었다. 특히 올림픽 메달이 간절하다. 곧 은퇴를 생각해야할 나이다. 은퇴 전에 메달 하나는 얻고 싶다"며 대표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끝으로 류은희는 "잘하고 싶다. 프랑스에 가서도 잘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내가 없어도 국내 핸드볼 리그 선수들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핸드볼 팬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프랑스 핸드볼 리그는 9월 개막한다. 류은희가 축구의 손흥민처럼 핸드볼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킬지 기대해보자.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 이충훈·임창만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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