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임 당시만 해도 의구심이 많았던 장정석 키움 감독은 성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6년 시즌 뒤 장정석 감독을 선임한 키움의 결단은 말 그대로 파격 그 자체였다. 현역 성적과는 무관하게, 그는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프런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코치 경력이 일천했다. 

구단 사정에 밝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도자로 어떤 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자연히 팬들의 의구심은 컸다. 프런트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해질 것이라는 의심은 당연히 따라왔다. “프로야구팀 감독이 장난이냐”며 은근한 불만을 드러내는 야구계 원로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장 감독은 묵묵히 앞을 봤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26번째로 200승 고지를 밟은 감독이 됐다. 세 시즌도 채 되지 않아 거둔 성과다. 장 감독은 선수 시절 성적이 뛰어났던, 혹은 코치 경력이 화려했던 지도자들을 넘어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준비된 지도자였고, 성공적인 지도자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장 감독은 성적을 넘어 KBO리그의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는 주목도 받는다. 메이저리그(MLB)식 관리형 감독의 표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KBO리그는 MLB에 비해 감독의 비중이 크다. 감독이 경기 운영은 물론 선수단 운영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적지는 않다. 장 감독은 지난해까지 SK를 이끌었던 트레이 힐만 감독과 더불어 MLB식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계획과 관리로 선수단을 관리한다. 타 팀에서 시도하지 않은 로테이션 관리는 신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가 넉넉하지 않은 선수단 구성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계획도 짰다. 지난해 조상우 박동원의 이탈과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저력을 과시한 키움은 올해 2위까지 치고 오르며 순위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장 감독은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감독처럼 노련하게 버텼다.

장 감독이 추구했던 야구도 이제는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장 감독은 장타력에 기동력을 조합한 야구를 선호한다. 타 구단 감독들은 “키움 타선이 가장 까다롭다. 홈런 타자도 많은데 잘 뛰기까지 한다.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운드도 철저한 분업이다. 무리시키는 일이 많지 않다. 선수들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시에 배치해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있다.

그런 장 감독은 올해로 3년 계약이 끝난다. 재계약 대상자다. 아직 키움 내부에서 특별히 논의가 오가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갔던 만큼 올해 포스트시즌 성적이 재계약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돌려 말하면 장 감독의 재계약 승부처도 지금부터다. 현재 순위를 정규시즌 끝까지 유지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승부사의 기질은 이런 순간들에서 나온다. 마지막 검증이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