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타오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북쪽 좌석 ⓒ한희재 기자
▲ 페시치(아래 오른쪽)가 경례하면 팬들이 수례하는 것이 이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원래 라이벌이란 사소한 것에도 질 수 없다. 가위바위보만 져도 기분이 나쁜 법.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만나면 경기장 밖 관중석부터 자존심 싸움과 실력 대결이 펼쳐진다. 바로 목소리의 문제다.

FC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6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을 4-2로 이겼다.

경기 전 홈 팀 서울의 순위는 3위. 반면 원정 팀 수원은 8위. 두 라이벌의 차이는 승점 13점으로 결코 작지 않다. 켜켜이 쌓인 라이벌 의식 덕분에 이제 K리그의 대표 더비로 슈퍼매치를 꼽는다. 두 팀 모두 부진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어 예전같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라이벌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

방심하기 어려운 것이 라이벌전이라고 했던가. 최용수 감독은 "다른 경기하곤 성격이 다르다. 상대와 우리 순위만 보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다. 경기 전부터 팬들 사이의 신경전은 시작된다. 수원 원정 팬들이 대표 응원가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부르려고 할 때마다 서울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박수와 함께 "서울!"을 외친다. 마치 경기장에서 상대 응원단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 홈 팬들의 본분인 듯. 단순히 '상암'에서만 그러하겠는가. 수원의 심장이라는 '빅버드'에 가면 홈과 원정, 처지만 다를 뿐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두 팀의 팬들이 슈퍼매치를 기다리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보통 K리그 경기장에선 원정석에 많은 팬들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슈퍼매치만 되면 늘 떠들썩하게 만드는 라이벌 팀들의 서포터즈는 반가운 존재가 아닐까.

열광적인 목소리가 이어진다면 득점이 터진 것. 전반 11분 오스마르의 무시무시한 프리킥이 노동건의 손을 지나쳐 골문으로 향할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반대로 서울의 안방인 '상암'을 잠시 '빅버드'로 만들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수원의 득점이 터질 때다. 전반 16분 사리치의 도움을 받은 한의권이 서울의 골망을 흔드는 순간. 그 순간은 훨씬 적은 수의 수원 팬들이 서울의 홈 팬들을 압도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 가라앉은 수원 원정 응원석. 이들을 뛰게하는 것은 수원의 골이다. ⓒ한희재 기자

일진일퇴 공방에 따라 번갈아 신바람을 냈지만 결국 끝까지 웃은 쪽은 서울. 후반 16분 알리바예프-고요한-페시치로 이어지는 절묘한 패스 전개에서 결승 골이 터졌다. 페시치는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고 서울 팬들은 신바람을 냈다.

후반 34분 나온 오스마르의 골은 사실상 승리를 확정하는 득점이었다. 서울의 발걸음은 더욱 가볍게 하는 반면, 2골의 리드를 빼앗긴 수원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득점. 후반 37분엔 페시치까지 득점에 성공하면서 오랜만에 대승에 쐐기를 박았다.

홈 팬들의 달아오른 분위기는 파도타기 응원으로 이어졌다. 북쪽 관중석의 서울 서포터들은 물결을 좌우로 돌리면서 경기장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어울리지 못한 이들은 남측의 수원 원정 팬이었다.

이번 대결이 더욱 즐거웠던 이유는 멋진 장면이 많이 나왔기 때문. 두 팀 모두 거친 플레이,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피하고 준비된 축구를 펼쳤다. 최용수 감독은 "축구를 하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분위기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공 하나를 두고 22명이 달린다. 골대에 공을 넣으면 이기는 단순한 경기. 하지만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라는 동질감. 그리고 여기에 멋진 맞수가 되어주는 라이벌 때문이다. 예전처럼 큰 투자는 없다지만 여전히 슈퍼매치를 K리그의 대표 흥행카드로 뽑으며 기다리는 이유기도 하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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