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기생충'의 레드카펫.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폐막한다. 한국영화 유일의 경쟁부문 초청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수상의 낭보를 전해올지 주목된다.

25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2시)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다. 지난 14일부터 열린 12일 간의 화려한 축제가 마무리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역시 황금종려상의 향방.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위시한 9인의 심사위원이 칸에 온 21편의 경쟁부문 영화 중 어떤 작품의 손을 들어줄지 세계 영화계의 눈이 쏠렸다.

황금 종려상 수상 이력이 있는 감독만 5명이 올해 경쟁부문에 입성했을 만큼 쟁쟁한 리스트 사이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존재는 특히 돋보인다.

▲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기생충'의 공식 기자회견. ⓒ게티이미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인 영화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 경제적 지위가 완전히 다른 두 가족이 만나 빚는 파열음을 절묘하게 포착,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흥미로운 스토리와 장르 변주,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지난 21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상영에서 8분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터져나온 '기생충'은 이후 해외 언론의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버라이어티는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장르 변주의 신,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극찬했고, 스크린 인터내셔널 또한 "활력 있고 타이트하게 조율된 코미디"라며 "봉준호 감독이 매우 한국적인 동시에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스토리로 정점을 찍으며 돌아왔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썼고,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썼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칸 최고의 작품"(비욘드 페스트)이라고 아예 단정지은 매체도 있다.

▲ '스크린 데일리' 2019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평점표
각국 매체, 평단의 분위기를 종합해 싣는 영화제 데일리 등의 평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인 영국 '스크린데일리'가 각국 주요 매체 기자 10인의 점수를 합산해 집계한 평점에서 '기생충'은 4점 만점에 3.5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가 3.3점으로 그 뒤를 잇는다.

또 다른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 집계에서는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2위다. 유럽 15개 매체의 평점을 싣는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에서 평가에 참여한 15개 매체 중 10개 매체가 '기생충'에 최고점에 해당하는 황금종려가지를 매겼다. '페인 앤 글로리'는 11개가 압도적인 최고점을 줬다.

▲ '르 필름 프랑세즈' 2019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평점표

해외 언론의 수상 예측에서도 '기생충'은 빠지지 않는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페인 앤 글로리',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에 이어 '기생충'을 3번째로 꼽았으나 "황금종려상을 받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영화전문 사이트 '카오스'는 '페인 앤 글로리'를 1위, '기생충'을 2위로 꼽았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메크툽 마이러브:인터메조',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칸영화제의 수상여부는 오로지 9인의 심사위원단이 결정한다. 평단의 열광적 찬사, 높은 평점은 수상과 무관하다. 일례로 2017년 경쟁부문 초청작인 독일 마렌 에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은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4.0 만점에 3.7이란 역대 최고 평점을 받았으나 본상 수상에 실패했고, 지난해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무려 3.8로 종전 기록을 경신하며 화제가 됐으나 결국 무관에 그쳤다.

▲ 영화 '기생충' 해외포스터
'기생충'은 어떨까. 한국영화는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후 4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작을 배출해오고 있지만 번번이 본상을 놓쳤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 이듬해인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한 이래 9년간 수상 소식이 없다. 만약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면 한국영화로선 최초의 수상이 된다.

영화제 사정에 정통한 한 영화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예외 없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기생충'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올해 칸이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나씩 패를 공개해간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가장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면서 "수상을 충분히 기대할만하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평가"라고 언급했다.

과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어디로 향할까. '기생충'은 한국영화에 최초의 황금종려상의 기쁨을 안겨줄 것인가. 세계 영화의 눈이 칸을 향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제72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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