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대 옆에 의장대 아저씨(군대 은어)가 사회에서 야구 선수였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너무 말라서 아무도 안 믿었거든요? 그 아저씨가 요즘 TV에 나와서 깜짝 놀랐잖아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스포츠 기자를 목표로(한다는 핑계로) 매일 야구만 보던 저에게 복학생 후배가 알려준 이 일화의 주인공, 바로 LG 김용의(34) 선수입니다.
김용의의 올해 프로필은 키 187cm에 몸무게 74kg. '옷거리'가 좋아서 사복 입고 퇴근하는 길에 보면 얼핏 모델 같기도 한데…. 아무튼 후배의 얘기가 영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는 않은 게 사실이죠.
현역으로 의장대를 나왔다는 건 다르게 보면 군 팀에 들어갈 실력은 못 됐다는 소립니다. 2008년 두산에 지명돼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데뷔 시즌에는 18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그 해 바로 LG로 트레이드됐고, 2009년에는 1군 무대를 밟지도 못한 채 시즌을 마치고 입대했습니다. 경찰 야구단 테스트 탈락이라는 아픈 기억을 안고.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선수의 활약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됩니다. 그만큼 어렵고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김용의는 그 어려운 관문을 뚫었습니다.
김용의가 잘 한 시즌에는 LG가 반드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도 있죠. 2013년 109경기에서 타율 0.276을 기록하면서 홈런 5개를 쳤습니다. 현역 출신답게 경례 세리머니로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2016년에는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2016년 7월 어느날 경기를 마친 뒤 김용의와 오랫동안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이런 말을 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제대하고 하루도 월요일에 쉰 적이 없어요. 쉬는 날 없이 닭장이라고 하는 실내 훈련장에서 계속 쳤죠. 치면서 감을 잡고, 또 경기에서 그 느낀 점이 안 나오면 다시 치고, 그렇게 노력했어요."
3년이 지난 아직도 월요일 출근은 계속됩니다. 김용의는 "이제는 안 하면 불안해서, 시즌 중에 감을 유지하려면 하루를 쉬더라도 그 사이 두 시간 정도는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쉬는 날 똑같이 쉬면 어떻게 상대를 이기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누군가의 기준에서 김용의는 야구선수 같지 않은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통산 타율 0.265에 3할 타율은 딱 1번 넘었던, 주 포지션이 불분명한 선수로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김용의가 1군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23일 극적인 2-1 끝내기 승리를 만든 저돌적인 질주가 좋은 예입니다. 매번 비디오 판독이 필요할 만큼 치열한 0.1초의 싸움에 기꺼이 뛰어드는 강심장,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