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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르포] 비바람 치던 그날의 '대팍'은 단연 최고였다

기사승인 2019.05.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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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징야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의 '대팍'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도곤 기자] "경기장 정말 좋네요. 없던 전투력도 생겨요.", "완성도 높은 전용구장입니다. 누가 뛰어도 100%가 나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과 대구 FC 안드레 감독의 말이다. DGB대구은행파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포레스트 아레나, 이번 시즌 대구FC의 새로운 홈 구장이다. 시즌 개막 후 세 달째, 처음으로 DGB대구은행파크로 취재를 갔다. 경기장부터 최선을 다한 선수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치고받은 경기 내용까지, 이날 팬들이 사랑하는 '대팍'은 단연코 최고였다.

◆ 감독들도 반한 '대팍'

'대팍'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DGB대구은행파크는 지난 1월 19일 개장해, 3월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개막전(2-0승)에서 첫 K리그 경기를 치렀다.

1만 2415석의 전용구장, 전용구장의 특성상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팬들의 목소리가 선수들의 귀에 그대로 전달된다. 여기에 경기장 바닥 재질이 알루미늄이다. 대구의 시그니처 응원으로 자리 잡은 '쿵쿵 골!'을 할 때면 경기장이 크게 울린다. 기자석에 앉아 있어도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인천 데뷔전을 치른 유상철 신임 감독은 "경기장 정말 좋네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천도 대구 못지않은 전용구장이 있다. 팬들에게 '숭의아레나'라고 불리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다. 유상철 감독은 "당연히 인천도 좋고 대구도 좋다. 단 인천은 그라운드에 그늘이 생기는 곳이 있어 잔디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차이를 밝혔다.

유상철 감독은 전용구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는 '없던 힘'도 나오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선수들에게 정말 중요해요. 이런 경기장에서 뛰면 없던 전투력도 나와요. 경기장이 꽉 차 보이면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요. 제가 선수들한테 뛰지 말라고 해도 미친 듯이 뛸걸요. 관중석이랑 그라운드 사이에 트랙이 있으면 팬분들이 많이 오셔도 많이 온 것 같지가 않아요. 전용구장은 팬분들도 한 번 오시면 분명히 다음에 또 오실 거에요."

'대팍'을 홈으로 쓰는 안드레 대구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안드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완성도가 높은 전용구장이다. 정말 좋은 경기장이다"고 평가했다.

▲ 그라운드와 정말 가까운 거리, 사진은 관중석이 아닌 관중석 뒤의 기자석에서 찍은 사진이다. ⓒ 김도곤 기자
◆ 가까운 거리, 전용구장이 주는 매력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선수와 관중의 거리, 고스란히 느껴지는 선수들의 숨소리와 열기, 그리고 치열한 벤치 싸움.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전용구장의 매력이다.

DGB대구은행파크는 높이도 낮다. 그러다 보니 대구는 기자석과 그라운드의 거리도 가깝다. 감독의 지시 사항, 경기 중 소리를 치는 선수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린다.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시야도 좋다. 선수들의 허벅지 근육이 세세하게 눈에 보일 정도다.(물론 축구선수들의 허벅지는 평범한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가까이 있지 않아도 잘 보인다.)

DGB대구은행파크가 관중석, 기자석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후반 34분 정태욱(대구)이 공을 멀리 걷어냈을 때였다. 정태욱이 찬 공은 관중석과 기자석 뒤에 있는 VIP석으로 강하게 들어갔다. VIP석을 때린 공은 기자석을 넘어 관중석으로 흘렀다. 보통 축구 경기장에서 흔히 생기는 일이 아니다. 갑자기 머리 위로 날아오는 공에 깜짝 놀라 순간 움찔했다. 다행히 공에 맞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장이 오밀조밀해 소리도 굉장히 크게 들린다. 지붕만 뚫려 있고 사면이 막혀있어 소리가 온전히 경기장으로 전달된다. 응원 소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번 경기는 서포터 중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인천 서포터들과 대구 서포터들의 응원 대결이 있었기에 '대팍'은 더욱 뜨거웠다.

▲ '비바람이 치던 대팍~ 잔잔해져 오면~' 흠뻑 내린 비가 잠시 그친 '대팍' ⓒ 김도곤 기자
◆ 비바람에 굴하지 않은 팬

경기 전 비 예보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이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빗줄기는 곧 굵어졌다. 팬들은 하나둘씩 우산을 펴기 시작했다. 이때 장내 아나운서가 '사고의 우려가 있으니 우산을 펴시면 안 됩니다'라는 안내를 했다. 이때 팬들은 하나둘씩 우산을 폈던 것처럼 하나둘씩 우산을 접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안내를 두 번 정도 하자 경기장에 우산은 없었다. 대신 팬들은 우비를 꺼내 입었다.

비는 오락가락했다. 갑자기 굵어졌다가 갑자기 얇아지는 등 날씨를 종잡을 수 없었다. 빗줄기가 굵어졌을 때는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다. 우산은 못 펴고, 우비도 없는 팬들은 어떻게 했을까? 놀랍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경기를 봤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대팍'은 쿵쿵 울렸다.

안드레 감독은 끝까지 경기장을 지키며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주셨다. 어떤 선수라도 저런 응원과 환호를 받는다면 자신이 가진 100%를 보여줄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응원 덕분에 선수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고, 팬들의 함성은 승리로 이어졌다."

▲ 경기 전 홈 응원석을 가득 채운 대구 팬 ⓒ 김도곤 기자
▲ 대구 팬보다 수는 적었지만 막강한 화력을 과시한 일당백 인천 팬 ⓒ 김도곤 기자
◆ 훌륭한 경기장, 훌륭한 경기

훌륭한 경기장 때문일까? 경기력도 훌륭했다. 이날 인천은 유상철 감독의 부임 후 첫 경기였다. '이전과 다른 경기만 보여줘도 성과가 있는 것이다'고 말한 유상철 감독은 경기로 보여줬다. 이날 인천은 평소와 같이 쉽게 지는 경기를 하지 않았다. 수비적으로 하지도 않았다. 에드가에게 결승골을 허용한 후에는 라인을 바짝 올려 경기를 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경기력만 보면 훌륭했다.

8경기 만에 골을 넣은 것도 고무적이다. 인천은 지난 3월 31일 수원에 1-3으로 패한 경기 후 리그에서 7경기째 골이 없었다. 지독한 무득점 늪을 이날 벗어났다.

후반 13분 김진야가 올린 크로스를 문창진이 발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문창진의 인천 이적 후 첫 골이었다. 무득점을 끊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고, 이적생 문창진이 골을 넣었다는 것, 그리고 골을 만드는 과정도 고무적이었다.

유상철 감독도 "졌지만 고무적인 경기였다"는 평가를 했다.

홈 팬들 앞에선 대구도 뒤돌아보지 않는 경기를 보여줬다. 광저우와 ACL 조별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었다. 더구나 광저우전은 원정이다. 하지만 리그 선두 경쟁 합류를 위해 세징야, 정승원, 김대원 등 주축 선수를 선발로 투입했고, 에드가, 츠바사까지 교체로 투입했다. 그리고 기어이 승리를 따냈고 '대팍'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대단했다. 특히 홍정운은 온몸을 날려 인천의 파상공세를 막았다. 후반 35분 뒤지고 있는 인천이 연달아 슛을 시도하자 홍정운은 다리, 몸, 머리로 연달아 막았다. 머리로 슛을 막은 후 충격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때 공을 다시 잡은 인천은 임은수가 슛했으나 이번에는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홍정운의 투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 '하악', 대구 팬들에게는 드록바보다 에드가 ⓒ 한국프로축구연맹
◆ 바빠도 팬서비스를 한다

대구는 팬서비스가 뛰어난 팀이다. 모든 팀들이 팬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충실히 한다. 대구 역시 확실한 팬서비스를 한다.

경기가 끝나면 대구팬들은 선수단 버스 앞에 줄지어 서있는다.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함께 찍기 위해서다. 선수들은 가방을 벗어놓고 친절히 요청에 응한다. 하지만 이날은 사정상 팬서비스가 힘들었다. 22일 ACL 조별 리그 광저우전을 치르기 위해 곧바로 버스에 탑승, 공항이 있는 인천으로 이동하는 KTX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가 '오늘은 선수들이 사인이나 사진을 못 해드리고 바로 가야합니다'라고 공지를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대구 팬들은 선수들을 기다렸다.

선수들도 빨리 가야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 팬들의 응원에 박수로 화답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급하게 버스에 탔다.

특이한 점은 안드레 감독이었다. 안드레 감독은 팬들을 그냥 보내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찌감치 나가 팬들과 사진을 찍었다. 빨리 버스에 타야했기 때문에 많은 팬들과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없는 짬을 만들어 팬서비스를 하는 투철한 프로 정신을 볼 수 있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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