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 정태욱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도곤 기자] "그런 말씀들이 정말 힘이 많이 됩니다. 그래도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뛰고 싶었어요."

정태욱(대구FC)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왔다.

대구는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대구에 이 경기의 중요성은 컸다. 전날 선두권인 전북, 울산이 나란히 승리했기 때문에, 선두 경쟁을 위해서 반드시 인천을 잡아야 했다. 더불어 리그 11라운드 서울전(1-2), FA컵 16강 경남전(0-2) 패배의 흐름도 끊었다.

대구는 2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상대는 광저우, 더구나 원정이다. 대구는 승점 9점으로 2위, 광저우는 승점 7점으로 3위다. 1위 히로시마는 승점 12점이다. 즉 대구와 광저우의 경기는 16강 진출 팀을 결정짓는 단두대 매치다.

그렇지만 안드레 감독은 인천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경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될 경기라고 강조했다.

선발 라인업을 보면 그 의지를 알 수 있었다. 세징야, 정승원, 김대원이 선발 출전했다. 에드가, 츠바사가 벤치에 앉았다. 주축 선수를 대부분 내보내고, 체력 소모가 컸던 일부 선수만 뺐다. 그리고 정태욱도 선발 출전했다.

정태욱은 11일 서울과 11라운드 경기에서 코뼈를 다쳤다. 후반 추가 시간에 오스마르가 휘두른 팔에 맞아 쓰러졌다. 출혈이 컸다. 잠시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정태욱은 서둘러 일어났다. 대구가 1-2로 지고 있었고, 서울을 몰아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태욱은 1초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피가 흐르는 코를 잡고 부리나케 일어났다.

검진 결과 코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정태욱은 수술을 미뤘다. 당장 경기에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 서울과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진 정태욱 ⓒ 한국프로축구연맹
안드레 감독은 경기 전 "정태욱의 의지가 워낙 컸다. 최근에 플레이가 좋다보니 선수 본인이 흐름을 이어 가고 싶은 생각이 컸다. 막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막지 못했다"며 정태욱을 선발로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정태욱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전 장내 아나운서가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며 정태욱의 이름을 불렀을 때 팬들의 환호는 엄청났다. 정태욱은 단단한 수비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태욱은 "연패를 끊어 다행이다. 반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구 팬들은 정태욱이 수술을 미뤘다는 기사가 나오자 걱정이 컸다. 정태욱의 나이는 이제 만 22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도 받은 선수다. 즉 앞길이 구만리, 뛸 날이 많은 대구의 미래다.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것보다는 당분간 경기에 나오지 못해도 완벽하게 회복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간청했다.

정태욱은 "팬분들의 그런 말씀이 정말 힘이 된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다. 경기를 정말 뛰고 싶었고, 운동을 정말 하고 싶었다. 선수로서 욕심이 크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운동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팀에 말했다"고 밝혔다.

마스크는 계속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욱은 "골절이라 딱히 치료할 방법은 없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며 여전히 수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정태욱의 마스크는 의료센터에서 특별 제작한 마스크다. 당분간 축구화 등 축구 용품 못지 않게 가까이 둬야 할 물건이다. 정태욱은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시야도 넓어지고 편했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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