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수 던진 유상철 감독과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김동현 영상 기자] "축구에 대해서는 물어볼 일이 없습니다. 축구는 확인이 됐습니다."

스스로 축구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축구인 안에서 일을 하는 전달수(58)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는 유상철(48) 신임 감독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였다. 생업인 ㈜현호물류는 뒤로 하고 2021년 12월까지 3년 계약 봉사직인 인천 구단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유 감독에게 "절대 신뢰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14일 유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했다. 1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선수단 상견례에서 전 대표는 직접 유 감독을 소개하며 "인천의 미래는 밝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감독은 간단하면서도 선명했다. "프로 선수가 운동을 대충해서는 안 된다.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달라야 한다.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감독 선임까지 인천은 고민이 깊었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지난 4월 14일 울산 현대와 0-3으로 패한 뒤 경질되면서 임중용 수석코치 대행체제로 팀을 운영했지만, P급 라이선스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임 코치가 선수들을 잘 알고 있어도 정식 감독이 아닌 이상 완벽한 믿음을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60일 이내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천 구단 출신 지도자 A씨와 기업구단 출신으로 코치까지 지냈던 B씨, 해외파 출신의 C씨, 경륜이 깊고 기업, 시도민구단 경험이 있는 D씨까지 여러 후보군이 있었지만, 최종 선택은 유 감독이었다. A. B씨는 프로 구단 감독으로는 다소 약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C씨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좀 더 배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D씨는 다른 구단이 입도선매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 감독은 인천이 내민 밧줄을 잡았다. 성공과 실패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유 감독에게도 분명 지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11년 7월 쓰러져 가던 대전의 지휘봉을 잡았고 2012년 잔류에 성공했지만, 더는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에서도 출발이 나빴다. 부상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상태에서 중도에 지휘봉을 놓았다. 제대로 날개를 펴지도 못하고 접은, 실패자라는 이미지에서 나와야 한다.

유 감독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이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들을 제가 더 슬기롭게 버텨 이겨내야 한다"며 편견에 맞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나마 대전, 전남 시절과 비교하면 유 감독에게는 좀 더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구단 경영진의 총력 지원이다.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어 유 감독 스스로도 부담을 내려놓았다. 외부 간섭이 정말 심했던 대전 시절과 비교하면 천국에 가깝다.

▲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신임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부상자들이 복귀해 정상 전력에 가깝다는 것도 운이라면 운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중앙 수비수 이재성을 제외한 부노자, 문창진 등이 모두 복귀했다. 서서히 팀을 바꿔 움직이겠다는 것이 유 감독의 전략이다.

유 감독은 "대전에서도 처음 부임하고 이듬해에 승강제가 시작했는데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은 정말 이점이 있는 팀이다. 우승권에 올려놓기는 어렵지만, 뜨거운 열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무엇보다 '생존왕 DNA'를 믿으면서도 빨리 털어내겠다는 것이 유 감독의 바람과 다짐이다. 그 스스로도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는 "선수들이 나를 오래 보고 싶으면 제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며 "미팅에서도 '생존왕' 꼬리표를 떼자고 했다. 승점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단과 유 감독 모두 주사위를 던졌다. 매년 감독을 갈아치워 연명에 성공하는 인천 사령탑 잔혹사에 유 감독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가 잔여 리그에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스포티비뉴스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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