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치홍은 올해 신설된 경조사 휴가의 '1호 사례'가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24일 잠실 LG전에 앞서 핵심 내야수 안치홍(29)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KIA의 사유 발표보다 엔트리 변동이 일찍 공지된 터라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지금까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부상이나 부진 등 뭔가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안치홍의 부상 가능성이 잠시나마 부각됐던 이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좋은 일이 있었다. 안치홍은 23일 경기 후 출산을 보기 위해 광주로 급히 이동했고, 24일 득녀라는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쁨을 맛봤다. 출산 때문에 잠시 1군을 비운 것이다.

올해 신설된 경조사 휴가 1호 사례였다. 지난 1월 KBO 실행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직계 가족의 사망이나 자녀 출생 사유가 있는 선수는 5일의 경조 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엔트리에서 빠지기는 하지만 재등록기한 열흘을 채우지 않아도 곧바로 다시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안치홍은 하루만 쉬고 25일 잠실 LG전에 앞서 1군에 다시 합류할 예정이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KIA는 엔트리를 모두 활용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해야 했다. 열흘 기간 때문에 1군에서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엔트리 추가도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치홍도 이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한 베테랑 코치는 “우리 나이 또래의 코치 중 출산을 제대로 본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즌 중 가정사 문제로 경기를 비운다는 게 말이 안 되던 시절이 있었다. 개인과 가족보다는 팀이 우선이었다. 1월부터 시작되는 캠프에 시즌이 10월·11월까지 이어지다보니 출산이 비시즌에 맞아떨어져야 가족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일부는 아예 출산 계획을 비시즌으로 잡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문화가 있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과 가족을 중요시하는 시대다. 그런 측면에서 경조사 휴가 제도는 신설 당시부터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안치홍이 1호 사례가 됨에 따라 앞으로 다른 선수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도 이제는 이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리그 문화가 조금씩 시대 정신과 부합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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