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금잔디. 제공ㅣ올라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가사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일기장에 써둔 내용을 훔쳐본 거 같았거든요. 내가 작사한 것도 아닌데 내 생각 같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트로트 가수 금잔디가 지난달 발매한 신곡 '사랑탑' 가사를 받자마자 느낀 감정이다. 애달픈 인생을 노래한 '사랑탑'에 대해 금잔디는 "제 인생을 그대로 담은 곡이에요"라고 표현했다.

'사랑탑'은 뒤돌아보니 꽃피는 시절은 지나고 삶의 이별이 성큼 다가온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한 편의 시 같은 노래다. '꽃피는 춘삼월에 단풍이 지네/이제부터 살만한데 이별이 다가오네'라는 구절이 핵심이다.

트로트 가수로서는 앳된 외모 때문에 빨리 시간이 지나 장르에 어울리는 외모를 갖게 되길 바랐던 금잔디는, 앞만 보고 달리며 20년이 지난 지금은 지나가버린 좋은 시절을 흘려보낸 아쉬움에 대해 언급했다.

"2015년에 가족들의 모든 빚을 갚고 나니 공황장애가 왔었어요. '오늘 열심히 살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는 트라우마까지 생겼거든요. 병원 약으로 버티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했어요. 조금씩 스스로를 컨트롤하는데 3년 가까이 걸렸어요. 이제 살만해져서 올 초부터는 쉬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시기 적절하게 찾아온 '사랑탑'은 금잔디에게 운명같은 노래로 느껴졌다. 작곡가 추가열 역시 특별히 금잔디를 위해 만든 곡은 아니었지만, 만들고보니 금잔디만이 소화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렇게 즐길만한 것들이 많은지 모르고 자랐어요. 그저 생계형 가수로서 하루하루가 급급했거든요. 이제와서 '내가 왜 꽃 축제에서 꽃 향기 한번 못 맡아보고, 수박 축제에서 수박 한 점 못먹어보고 일만 하며 달렸을까 싶더라고요. 이제 여유가 생겨 뒤를 돌아보니 40살이 넘었어요. 그걸 일기에 써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 노래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놀랐죠."

▲ 가수 금잔디. 제공ㅣ올라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타는 청춘' 출연은 금잔디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금잔디는 "제 인생에 아주 행운이었던 기회다"라며 유년 시절의 스타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 분들 노래로 울고, 웃고 나도 TV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면서 살았는데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전혀 다른 장르지만 분위기를 바꿔주고 새롭게 북돋아줄 수 있는 잔디가 와서 너무 예쁘다고 다들 안아주시는 모습에 '스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워요."

선배들과의 추억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금잔디는 앞서 존경하는 선배 나훈아와 만난 자리에서 트로트라는 표현 대신 '전통가요'나 '아리랑'을 쓰자는 제안을 받고 꾸준히 전통가요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저부터라도 아주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열심히 전통가요라는 표현을 전파하고 있어요. 나훈아 선생님은 '아리랑'이라고 부르시는데, 아직은 민요의 이미지가 강해서 입에 잘 안 붙더라고요. 제가 조금 더 힘이 강해지면 선배님의 뜻을 따라 아리랑이라는 표현을 써보고 싶어요."

▲ 가수 금잔디. 제공ㅣ올라엔터테인먼트

선배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금잔디는 후배들에게도 사랑을 쏟는 선배가 됐다. 특히 최근 연일 화제인 TV조선 '미스트롯'에 출연 중인 트로트 장르 후배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에게 그런 소울과 한이 나올 줄 생각도 못했어요. 송가인이라는 친구는 제가 하지 못하는 소리도 내더라고요. '내가 저 친구랑 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싶어서 너무 다행이더라고요.(웃음) 저 친구들은 뭘 먹고 자랐길래 저렇게 잘하나 싶었어요."

특히 테크닉만으로도 완벽한 후배를 비롯해 장르의 확장을 보여주는 후배,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후배 등 유심히 지켜본 후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통가요는 타고나야만이 가능한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김나희라는 친구를 보고 노력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또 홍자라는 친구는 전통가요는 늘 기교와 꺾기, 쿵짝 리듬이라는 선입견을 바꿔준 친구 같아요. 흥을 유도하는 전통가요에서 아픔과 한을 노래하는 성인 발라드의 색깔을 내주고 있어서 고맙더라고요. 이런 친구들도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20년차 가수가 되어 이제는 여유를 배워가고 있는 금잔디. 그는 앞으로 20년의 고생을 앞둔 스무 살의 금잔디에게 "조급해하지말고 꾸준히 고생하다보면 언젠간 좋은 날이 반드시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도 "절대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 가수 금잔디. 제공ㅣ올라엔터테인먼트

후회없이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의 원동력은 팬들의 힘이었다고 한다. 전국 방방곳곳의 팬들 사랑을 받으며 등장할 때마다 "잔디잔디 금잔디, 우유빛깔 금잔디"를 외쳐주는 팬들 덕분에 어디서든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옛날엔 엄마 음식이 최고인 줄 알았어요. 팬들 사랑 받으며 전국에서 맛있는 김치를 담가 보내주시는데, 사랑의 맛인지 모르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엄마 음식보다 팬 분들이 주신 게 훨씬 맛있더라고요. 어디서 노래를 불러도 힘이 날 수 있는 건 바로 그 분들의 응원에서 오는 에너지 아닐까요. 그 분들만 보면 무대에서 아픈 것도 순식간에 사라져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만큼 금잔디는 이렇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일을 맞아 팬들과 파티를 기획했지만, 고향인 강원도에서 일어난 산불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1000만원을 기부했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멋진 가수로서 활동하겠다는 포부다.

"선배님들에게도 누가되지 않고 열심히 따라가는,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긴장 늦추지 않는 활동 하려고요. 올해는 많은 사랑 받은 만큼 많이 베풀면서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좋은 노래도 들려드리고, 어려운 분들께 받았던 마음도 전달해드릴 수 있는 금잔디로 거듭나겠습니다."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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