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투수가 공을 던졌다. 타자의 허벅지를 맞고, 심판을 가슴팍을 강타하고, 그것도 모자라 포수의 등까지 맞혔다. 공 하나에 세 명이 나가 떨어졌다.
마구(?)를 던진 주인공은 다르빗슈 유(33·시카고 컵스)다. 다르빗슈는 16일(한국시간)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 경기에 선발 등판, 6회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 5-2로 앞선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브린손을 상대한 다르빗슈는 99마일(159㎞)짜리 포심패스트볼을 타자 몸쪽으로 붙였다. 그런데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브린손의 왼 허벅지에 맞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탄력이 살아있었던 공은 오노라 주심의 가슴을 직격했고, 그 공이 튀어 포수 콘트라레스의 등까지 날아갔다. 이미 ‘투 쿠션’을 거친 콘트라레스는 타격이 덜했지만 브린손과 오노라 주심은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통증을 호소했다. 다르빗슈는 이 공을 마지막으로 이날 등판을 마쳤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에 현지도 시끌벅적했다. 이 장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누리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장면 공유에 동참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CUT 4’는 “다르빗슈 경력에서 가장 파괴적인 패스트볼이었다”고 소개했다. 99마일이라는 압도적 구속도 그렇지만, 세 명을 쓰러뜨린 황당한 장면을 빗댄 표현이다.
누리꾼들도 재치 있는 트윗을 남겼다. “공 하나로 타자의 사타구니 컵과 심판을 직격했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일”, “이 패스트볼은 의심의 여지없이 살상 무기다”, “3명의 성인을 단 하나의 공으로 핀볼했다. 그 중 2명은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공 하나로 세 명을 쓰러뜨렸다”, “트리플 사구” 등의 표현이 인터넷에서 많은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다르빗슈로서는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장면이다. 제구가 완벽하지 않았던 이날 경기 내용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날 다르빗슈는 5⅔이닝을 던져 4피안타 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유독 떨어졌던 패스트볼 구속도 많이 올라왔다.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4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제구가 많이 흔들렸다. 마이애미 타자들의 적극성이 오히려 독이 된 감이 없지 않았다.
승리투수가 된 다르빗슈는 “힘껏 던지려 했다. 지금까지 제구에 신경을 쓰다 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다음에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던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힘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제구가 동반되지 않으면 결과는 뻔하다. 이날도 높은 쪽에 위험한 공들이 더러 있었다.
이날 첫 승을 챙기기는 했으나 다르빗슈는 시즌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11로 여전히 부진한 성적에 머물고 있다. 다르빗슈 본연의 힘을 유지하면서, 제구까지 같이 잡아나가야 거액 계약에 부응할 수 있다. 스리쿠션 몸에 맞는 공이 상징하는 다르빗슈의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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