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2루수 오재원(왼쪽)과 최주환이 각각 타격 부진과 부상 재발로 이탈했다. ⓒ 곽혜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2루가 텅 비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15일 주장이자 주전 2루수 오재원(34)을 2군으로 내리는 결단을 내렸다. 또 다른 2루수 최주환(31)이 내복사근 부상 재발로 지난 10일 이탈한 가운데 오재원까지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게다가 오재원은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벤치 리더였다.

김 감독은 14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치르기 전만 해도 오재원에게 시간을 더 주겠다고 밝혔다. 계속 기용하며 감을 찾게 하는 방법과 젊은 선수를 기용해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 가운데 지금은 전자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재원의 방망이는 여전히 무거웠다. 14일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시즌 18경기 타율 0.161(56타수 9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두산은 15일 "오재원이 타격 컨디션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고 설명했다. 

주전 2루수 2명이 동시에 이탈하는 상황은 분명 위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다시 한번 시험할 기회로 볼 수도 있다. 적어도 오재원이 2군에서 보내야 하는 열흘 동안은 어떻게든 플랜B로 버텨야 한다. 최주환은 아직 재활 일정이 잡히지 않아 복귀 시기를 가늠하기 힘들다. 

수비는 걱정없다. 만능 백업 내야수 류지혁(25)이 대기하고 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2루 수비도 안정적이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차례 호수비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이병휘(21)도 2루수로 뛸 수 있는데, 아직은 대수비 또는 대주자로 임무가 한정돼 있다. 

▲ 비어 있는 2루는 백업 내야수 류지혁이 지킬 가능성이 크다. ⓒ 곽혜미 기자
타격은 물음표다. 류지혁도 타격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백업이 보통 한 경기에 한두 번 주어지는 타석에서 결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13경기 타율 0.091(1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대신 출루율이 0.444로 높다. 2차례 삼진을 당하면서 4사구 7개를 얻었다. 김 감독은 "수비는 좋은데 타격까지 잘했으면"이란 바람을 표현했다. 

당장 기댈 수 있는 희망 요소는 1루수 오재일의 복귀다. 오재일은 지난 6일 타격 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됐고, 열흘을 채웠다. 주전 내야수가 둘이나 이탈한 상황에서 오재일을 16일에 바로 불러올릴 확률이 높다.

오재일은 1군 13경기에서 타율 0.111(45타수 5안타) OPS 0.423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4경기 13타수 2안타를 기록했는데 2루타 하나, 홈런 하나를 쳤다. 오재일이 여의치 않으면 오른손 대타 요원 신성현을 1루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다.

돌아온 오재일이 한창 좋을 때 타격만 보여준다면 라인업을 짜기 훨씬 수월해진다. 정수빈-페르난데스-박건우-김재환-오재일까지 충분히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타선을 꾸리를 수 있다. 최근에는 포수 박세혁과 3루수 허경민의 타격 페이스도 올라왔다.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류지혁는 지금처럼 하위 타선에서 출루만 해줘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고비와 마주한 두산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까. 이번에도 화수분 야구로 버틸 수 있을까. 운명의 열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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