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kt 금민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t 좌완 금민철(33)은 지난겨울 주인공이 아니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고전하다 캠프 출국 직전에야 도장을 찍었다. 팬들의 시선은, 지난해 전체 1순위 픽을 행사한 이대은이나 김민 등 젊은 선수들에게 쏠려 있었다.

지난해 29경기에 나가 156⅓이닝을 던지며 묵묵하게 활약한 금민철이었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금민철을 주목하는 시선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섭섭할 법도 했다. 하지만 금민철은 언제나 그랬듯이 묵묵하게 나아갔다. 경쟁을 거쳐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금민철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1군에서 풀타임 로테이션을 돌아본 적이 없다”고 힘을 실었다.

5명의 선발 중 가장 주목받지 못했던 금민철은, 시즌 초반 kt 로테이션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투수다. 4경기에서 21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1.25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두 차례 기록했고, 세 경기에서는 5이닝 이상을 1자책점 이하로 막으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탱했다. 압도적인 맛이 없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프로는 어쨌든 성적으로 말하는 법이다.

금민철의 이런 성적은 리그 전체를 살펴도 주목할 만하다. 리그 전체에서 평균자책점 3위다. 국내 선수로는 1위 기록이다. 리그를 대표한다는 에이스들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좋다. 2할2푼8리의 피안타율도 견고하다. 삼진보다는 맞혀 잡는 피칭으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한 시즌 최다승이 지난해 8승인 이 34세의 투수는 차트를 제대로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금민철은 올해 초반 좋은 출발에 대해 경험을 뽑는다. 금민철은 “작년에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소화한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되었고,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민철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0㎞대 후반이다. 140㎞를 넘는 공이 별로 없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지만 역시 강속구가 아니다보니 피치 디지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민철의 공에는 ‘자신감’이라는 무형적인 요소가 숨어있다. 금민철은 “볼배합은 포수의 리드대로 던지려고 한다”면서 “무엇보다 내 공과 제구력을 믿고 던지면 충분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부진한 팀 성적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금민철도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내세운다. 초반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리그 상위권에 있기는 하지만, 금민철은 “개인적인 기록 욕심은 없다”고 했다. 대신 “팀이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 팀의 승리를 위해 선발 등판을 하는 날은 더 집중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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