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과정은 결과를 위한 것이다. 또한 과정 없이 결과가 나올 수도 없다. 그래서 축구에선 좋은 내용으로 승리를 따내는 것을 최고로 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잡기 어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강원FC와 FC서울의 경기에선 조금 다른 선택을 한 두 감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원FC와 FC서울은 14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7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FC서울의 2-1 승리. 판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어찌 됐든 서울은 이번 시즌 5번째 승리를 따냈고, 강원은 3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선 강원이 무려 67%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주도했다.

강원 김병수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의 목소리는 일단 같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다. 최 감독은 5승 1무 1패의 호성적을 내지만 과정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감독의 말은 비슷한 듯 다르다.

◆ 김병수 "힘들다고 편한 쪽으로 가면 더 힘들다"

강원은 서울전까지 3연패했다. 공을 다루며 공격을 주도하는 축구는 비교적 잘 펼쳐지고 있다. 간결한 리턴패스를 내고, 이것을 원터치로 다시 전방을 향해 패스를 하는 강원의 축구는 보는 맛이 있다. 측면 수비수들이 높은 곳까지 올라가 측면을 넓게 활용하는 것도 특징. 강원은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데 가장 능숙한 K리그 클럽이다. 문제는 축구의 꽃이라는 골. 이번 시즌 득점이 4골밖에 없다.

적장 최용수 감독도 경기 전 칭찬했다. 최 감독은 "역동적인 움직임, 패스 방향, 선수 동선 내가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것들을 잘 보여준다. K리그에서 앞서 나가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들여다 보면 골을 못 넣고, 실점에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내용은 절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결정을 내줄 수 있는 제리치 유무가 중요한데, 제리치가 사실 현대 축구에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빌드업 때나 편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공격수 문제를 짚었다. 

김병수 감독은 과정을 만들면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우리가 하는 것을 할 것이다.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다고 편한 쪽으로 가면 더 힘들다"면서 '뚝심'을 강조했다. 이어 "축구는 결과에 따라 이야기가 나온다. 결과는 좋지 않지만 선수들은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득점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란 생각이다. 김 감독은 "득점은 박스 안에서 분위기, 침착성 그리고 운까지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득점을 위해 바꿀 때는 아니다. 선수들을 믿고 싶다. 제리치는 그저 우리 선수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라고 다르게 대할 이유가 없다. 훈련하면서 최고의 선수들을 쓸 것이고, 여기에 집중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최용수 "집중력과 투혼을 발휘해 결과를 가져왔다"

최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공을 가졌을 때 자신감 있고 여유 있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만, 오늘도 부족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내용'에 대한 반성이다.

하지만 서울은 분명 실리적으로 경기하며 결과를 내고 있다. 경기를 주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온 선택이다. 최 감독은 "공격 패턴에 맞춰서 3선, 2선에서 중앙을 틀어막고 측면으로 밀어냈다. 공격 루트를 차단한 것이 먹히지 않았나 싶다"며 수비 전술을 설명한 뒤 "우리가 진을 치고 실수를 노려 짧은 역습을 준비했다. 훈련한 것이 나온 것 같다"면서 역습에 대해 칭찬했다. 지향점이 주도적인 경기일 순 있으나, 현재 시점에 맞게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펼쳐 결과를 내고 있다.

김 감독도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시즌 초반이라 속단은 어렵다"면서도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 않나. 서울은 좋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끝까지 뚝심있게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서울을 보면 흔들리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이 꾸준하게 승리를 쌓으면서 좋은 분위기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의 목표도 최종적으론 승리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전략은 그래서 일단 따라가는 것이다.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승리를 쌓아가면서 경기력도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시즌 강등 위기까지 떨어질 만큼 침체됐던 분위기를 털고 팀에 자신감을 심는 것이 또한 중요했다. 최 감독은 "따라가다가 8,9월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연승이 중요하다. 연패는 위험할 것이고 무승부는 필요없다"면서 여름 이후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경기력은 투박하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누구의 선택이 맞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결국 목표는 좋은 성과를 내는 것. 다만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현재 순위는 2위와 10위로 멀다지만 승점 차이는 9점에 불과하고 경기는 31경기가 남았다. 과정을 먼저 본 강원이 결과까지 내며 쫓아갈까, 성적을 내는 서울이 내용까지 채우며 장기적 성공으로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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