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이대호가 제10대 선수협 회장에 선출됐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응원과 박수를 받는 선수들도 '이 단체'로 묶이는 순간 냉소의 대상이 된다. 야구 팬들의 지지를 받아 뭉친 한국 프로야구 선수협회(선수협)는 어느새 그런 존재로 전락했다. 

지난 2017년 4월 제9대 이호준 회장이 사퇴한 뒤에는 실체마저 모호해졌다. 존재감이 희미해지다보니 무슨 주장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구단은 선수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한때 선수협을 지지했던 팬들도 이제는 인내심이 다했다.

그동안 실책도 많았다. 리더십 공백을 불러온 이호준 회장의 사퇴는 '메리트 부활 요구'에서 시작했다. 선수협은 기자회견을 열어 '메리트(연봉 외 금전적 보상) 부활'을 말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사실상 그렇게 읽혔다. 팬서비스를 볼모로 삼는 듯한 표현은 팬들을 등돌리게 했다.   

그러나 이런 실책들로 인해 선수협의 존재 이유가 부정될 필요는 없다. 제10대 이대호 회장의 선출은 오랜만에 찾아온 터닝포인트다. 후보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면은 있었지만 30명이 후보였음에도 이대호의 지지율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지지하는 선수협, 이제는 팬들의 지지까지 받는 집단이 돼야 한다. 

▲ 팬들에게 사과하는 선수협 이사회. ⓒ 한희재 기자
FA 제도 개선은 이대호 회장 앞에 놓인 가장 큰 현안이다. 지난해 KBO가 제시한 FA 금액 상한제는 여러모로 비현실적인 제안이었으나 선수협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선수협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KBO와 구단이 선수협을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은 현실적인 한계다. 그래도 이야기해야 한다. 선수들의 생각이 어떤지 떳떳하게 밝히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 베테랑은 "선수들이 많은 연봉을 받고 명성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는 표현을 쓰겠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 선수들만 대변한다'는 말은 선수협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스스로 이 뿌리 깊은 오해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한 제10대 이대호 회장과 선수협의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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