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질경찰'(왼쪽) '생일'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세월호 이후 5년. 두 편의 영화가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다이빙벨'(2014), '업사이드 다운'(2016), '그날, 바다'(2018) 등 세월호를 다룬 이전의 영화들이 사건과 증언에 초점을 둔 다큐멘터리였다면 2019년 봄 개봉하는 두 작품은 장편 극영화다. 상업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세월호를, 참사의 상처를 직시하지만 영화가 비극을 다루는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
▲'악질경찰'의 분노

20일 개봉한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범죄물이다. '아저씨', '우는 남자' 등을 연출했던 이정범 감독은 본인의 장기대로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삼고 장르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세월호의 아픔을 이야기의 동력, 각성의 촉매로 삼았다.

주인공은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의 나쁜 형사 조필호(이선균). 범죄자나 다름없던 나쁜 어른인 조필호가 세월호 사고로 친구를 잃고 어른을 불신하게 된 10대소녀 미나(전소니)를 통해 더 나쁜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시키는 과정이 그려진다. 처절한 폭력과 응징이 이어진다.

2015년 각본이 완성돼 이듬해 촬영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세월호란 민감한 코드를 범죄 장르물에 절묘하게 녹여낸 셈. 다만 시간이 흘러 2019년에 마주하는 '악질경찰'이 프로덕션 당시의 뜨거운 기운을 온전히 전달하는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폭발하는 분노의 정서는 또렷이 전달된다.

이정범 감독은 스포티비와의 인터뷰에서 "범죄드라마로서 기본적인 텐션이 있는데 세월호와 함께 풀어내고 서사를 진행하기 위해 분배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바다에서 친구를 잃고 돌아온 아이가 걱정이 됐다. 사실 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것을 말로 표현한다면 '미안하다'가 될 것이다. 너희 잘못이 아니니까 용서해줘, 살아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 영화 '생일' 스틸
▲'생일'의 위로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생일'(감독 이종언)은 세월호 침몰 때 숨진 아이의 생일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이종언 감독은 안산 치유공간에서 봉사를 하다 떠난 아이들의 생일이면 모임을 갖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위로했던 경험을 영화에 녹여냈다.

주인공은 자식을 잃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어린 딸. 해외에서 일을 하다 귀국한 아버지 정일(설경구)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남편에 대한 원망에 사무친 어머니 순남(전도연)이 어김없이 돌아온 아들의 생일에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생일모임을 여는 과정이 담담한 터치로 담겼다.

영화 '생일'은 분노하거나 원망하거나 혹은 동정하는 대신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남겨진 이들을 비춘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유가족은 물론이고 또 다른 유가족, 함께하는 이웃, 아이의 친구들 등을 담담하게 담아내며 세월호 이후, 남겨진 이들의 삶에 집중한다. 보상금을 운운하는 무심한 주변 사람이나 끝이 안 보이는 슬픔에 진저리치는 이웃의 모습까지 담아내는 넓은 마음 씀씀이로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한다.

이종언 감독은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주인공들이 세월호 유가족이기도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면서 "유가족도 있지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쳐온 그 일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히 담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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