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뭐가 다르지? 할 지도 모르겠다. 꼼꼼히 집중해서 본다면 같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할 만큼 다르다."(박찬욱)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 감독판으로 한국의 팬들을 찾아온다. 왜 감독판인가. 박찬욱 감독이 밝힌 3가지 이유는 이랬다.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 BBC, 미국 AMC를 통해 지난해 11월 먼저 방영됐으며, 한국에서는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이 오는 29일부터 왓챠플레이에서 6부작 전편 동시 서비스에 들어간다. 국내 방송 버전은 29일부터 채널A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방송될 예정.

'방송인'으로 거듭는 박찬욱 감독은 왜 서두러 '감독판'을 선보이는 걸까?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열린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의 1,2부 시사회에서 박 감독의 변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일찌기 "방송판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임을 강조했던 박찬욱 감독은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똑같은 편집인데 테이크가 다른 경우도 있다"며 차별점을 강조했다.

▲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
▲방송사와의 편집 이견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가 차이가 있을 때가 있었다."

박 감독은 "영국 BBC는 폭력 묘사에 대해 엄격하고 미국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며 "제 입장에서는 다 못하는 거다"라고 푸념했다. 폭력과 섹슈얼리티를 즐겨 다뤄 온 감독의 너스레에 좌중이 폭소했다.

"다 알고 찍었기에 심한 건 아니지만, 찍다보면 보이는 것이 있다. 자연스럽게 두고 싶은데 억지로 들어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감독판에선 그러지 않았다"는 게 박찬욱 감독의 설명.

▲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
▲한정된 작업시간

한정된 작업시간의 아쉬움도 감독판에서는 마음껏 풀어냈다. 어느 영화에서나 프로듀서나 감독 사이에 이견이 있기 마련이고 토론과 설득이 이어지지만, 문제는 방송일이 정해져 있다보니 후반작업에 쏟을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았다. 박찬욱 감독은 "조율을 해야 그것이 되는데 편집해 방송하기 바빴으니까. 그래서 아쉽게 생각하는 편집이 있었는데 (감독판에는) 제 뜻대로 담았다"고 말했다. 사운드, 색보정 등에도 시간을 들여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었다.

"방송사다보니 물리적 작업시간의 문제가 있었다. 방송 날짜에 맞춰서 납품을 한 다음에 감독판 작업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만지게 됐다. 당연히 영화라는 것, 드라마라는 것은 만지면 만질수록 좋아진다. 그래서 점점 더 세력되어진다."

▲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
▲러닝타임 제약

방송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 러닝타임의 제약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박찬욱 감독은 "방송은 '상영시간'이 정해져 있다"며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너무 짧아도 길어도 안된다"고 말했다. 러닝타임을 맞추느라 아쉬웠던 편집점을 모두 다 바로잡았다.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바꾸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이 이번 감독판에 더욱 애정을 쏟는 이유다.

▲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스틸. 제공=왓챠
따져보면 '리틀 드러머 걸'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였기에 벌어진 일들이다. 물론 방송을 염두에 둔 6부작으로 방송됐기에 만끽할 수 있는 재미도 분명하다. 흥미진진한 원작을 가능한 훼손하지 않고 방대한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들이 하나하나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박찬욱 감독이 TV로 간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TV로 간 박찬욱 감독의 '엔딩장인'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엔딩 역시 중요하지만, 다음회를 보도록 시청자를 유혹해야 하는 드라마의 엔딩은 의미가 또 다르다. 각색 때부터 각 에피소드 엔딩을 염두에 뒀다는 박찬욱 감독은 "각 마무리마다 주인공 찰리가 새로운 인물, 이정표가 되는 중요한 대상을 만난다"며 "성장의 과정에서 고비마다 마주치는 중요한 계기, 사람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귀띔했다. 그 중에서도 에피소드4, 혹은 에피소드5 엔딩이 좋다는 게 박 감독의 자평!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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