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부시게' 김혜자. 제공|JTBC
[스포티비뉴스=연예팀 에디터] 불공평한 세상 속에서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다. 지구에 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감각은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일 종영하는 JTBC '눈이 부시게'는 시간 여행을 떠난 김혜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스물다섯 김혜자(한지민)가 아버지(안내상)를 살리려다 갑자기 노인(김혜자)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10회까지 타임리프 드라마처럼 전개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노인들과 함께 홍보원 노치원(노인 유치원)에 갇힌 이준하(남주혁)를 구하며 '노벤저스'급 액션을 보이며 코믹하게 전개되던 드라마는, 돌연 요양원에 쓰러진 김혜자의 "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꾸는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꾼 건지.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반전을 보였다.

그랬다. 그동안의 시간 여행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혜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세상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들을 "아빠"라고, 며느리(이정은)를 "엄마"라고, 손자(손호준)를 "오빠"라고 부른 할머니는 때로는 자신을 70대로 인식하고, 때로는 자신을 스물다섯이라 여겼다.

시청자들이 '눈이 부시게'에 점점 열광한 까닭은 타임리프의 퍼즐 맞추기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반전이 밝혀진 뒤, 알츠하이머를 여타 드라마나 사회에서의 담론처럼 어둡게 그리지 않았기 때문만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 앞에서 몸과 마음이 늙어가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와 대화를 나눠본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서 고개가 끄덕여졌던 것이다.

'노벤저스' 작전 중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동행할지 묻자 김혜자는 "여기 짐 아닌 사람 있어요?"라며 함께 가자고 한다. 자식 때문에 속 끓이는 요양원 친구에게 "자식들이 다 그렇지. 부모 마음 알면 자식인가"라고 말한다.

김혜자는 미용실 구석에서 나이 들어버린 며느리에게는 "나 사는 게 바빠서 모른 척 했다"고 사과하며 "이제 넌 니 생각만 하고 살아. 그래도 돼. 남편도 자식도 훌훌 벗고 너로 살아"라고 말한다.

스물다섯일 때와 몸도 마음도 같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리저리 상처난 손을 돌볼 새도 없이 일을 하며 살아남다 어느새 자그마한 언덕도 걷기 힘든 지금의 나이가 되어버린 자신을 보면 누구나 목이 메고 먹먹해진다.

타자화된 시선이 아니라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혜자의 오롯한 눈으로 함께 알츠하이머를 경험한 우리는 이제 내 주변의 부모와 어르신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나이 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남은 시간을 하루 하루 스물다섯처럼 눈이 부시게 살아야겠다.

gyumm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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