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생일'의 설경구(왼쪽) 전도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저희의 생일 모임 초대에 기꺼이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설경구)

주인공이 없는 생일파티.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이의 생일날, 함께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2019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까.

18일 오후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제작 나우필름 영화사레드피터 파인하우스필름)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침몰로 아들 수호(윤찬영)를 잃고서 그리움을 안고서 살아가는 정일(설경구)와 순남(전도연) 가족이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모임을 준비하는 이야기. 사건 발생 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은 아픔을 다룬 작품이자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함께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막바지 생일 모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나 다름없는 장면. 3대의 카메라를 써서 30분의 롱테이크로 담아냈다.

설경구는 "20년 넘게 연기를 했는데 30분 넘게 롱테이크를 처음 경험했다. 그것도 40~50명이 하나가 돼서 생일 모임을 해야 했다. 이게 될까 하는 걱정도 했다. 이틀을 찍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전도연은 "설경구씨와 제가 대표로 앉아 있기는 하지만 생일 신을 찍을 때는 거기 계신 모든 분이 주인공이었다"며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분들이 이틀 동안 그 컷을 함께해줘서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줬던 것 같다"고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를 돌렸다.

▲ 영화 '생일'의 설경구.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설경구는 참사 당시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정일은 참사의 당사자이면서도 관찰자같기도 하다"며 "누르고 담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혈기왕성하게 뭐 집어던지고 했을 텐데, 전과 다르게 꾹 참아보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분노를 누르려 애쓰며 연기했다"며 "현장에서는 컷을 하고 나서 더 깊이 울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설경구는 또 "제가 '생일'이란 영화 책을 받았을 때 상황이 촬영할 수 있는 스케줄이 안됐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면서 "참사가 있은 후에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다. 저희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서…"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기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왜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주일 정도 고민하고 스케줄 양해를 구해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영화 '생일'의 전도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전도연은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으로 분했다. 전도연은 "극중 순남은 슬픔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방식으로 아들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살아가는 인물"이라며 "제가 순남,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제 감정이 앞서갈까봐 걱정했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또한 "저도 설경구씨와 같은 고민을 했었다. 슬픔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고사도 했다"면서 "이 이야기가 진정성있는 이야기이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밀양', '시' 등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활동해 온 신예 이종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종언 감독은 "주인공들이 세월호 유가족이기도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 그 사건이 유가족들도 그렇지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쳐온 그 일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히 담고 싶었던 것 같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이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들며 "걱정이 많았다"고 토로하듯 털어놓기도 했다. 이종언 감독은 "나름 최선을 다했어도 또다른 상처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만드는 과정에서 조심스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 사진 왼쪽부터 영화 '생일'의 설경구, 이종언 감독, 김보민, 전도연.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참사 이후 희생자 모임에서 자원 봉사를 했던 이종언 감독은 "많은 매체에서 '세월호 피로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마음이 안 좋았다. 이 모습을 보아도 그러실까 싶어 저는 만들겠다 생각했다"고 영화 '생일'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지만 만들려는 마음은 확고했다. 다만 많은 분들에게 보이고 싶어 크게 만들기를 선택했다. 저의 확고함보다 놀랍고 감사한 것은 이런 영화를 작게나마 써서 가지고 왔을 때 이를 만들겠다고 한 제작자들, 투자를 하겠따고 나선 투자자들, 여기 계신 두분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다. 물론 우리 스태프도"라며 감사를 전해 현장을 더욱 울컥하게 했다.

함께한 두 배우도 영화에 동참해 위로와 응원을 전해달라고 당부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있는 참사다. 상처받은 이들이 상처 받은 이를 위로하고 위안을 받는다. 위로를 받고 작은 위안을 받고 작은 물결이 되어 큰 힘이 돼줬으면 좋겠다."(설경구)

"많은 유가족 분들에게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는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전도연)

영화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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