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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르포] '디팍'이 최고? '30년 전통 축구 맛집' 스틸야드 원정석 방문기

기사승인 2019.03.1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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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스틸야드. 이날 유료 관중은 13464명이었다.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남의 구장이지만 올 때마다 좋아요. 대구(DGB대구은행파크)가 최신식 아파트라면 스틸야드는 축구를 위해 지어진 전통이 느껴져요." 포항 스틸러스의 '안방' 스틸야드에 들어선 뒤 동행이 풀어놓은 감회다. 모두가 새로 연 DGB대구은행파크에 감탄하지만 사실 포항에는 근 30년 전부터 최고의 구장이 있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9일 대구로 향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경기인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취재하고, 12일 벌어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광저우 에버그란데전까지 대구에 머무른다. 경기 사이의 짬을 살려 선수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긴 4박 5일 일정이지만 10일 하루는 휴무를 받았다. 일을 하려면 쉬는 것도 필요하다. 어쩌다 보니 대구에서 만난 나의 친구는 수원 삼성의 오랜 팬이다. 내가 취재하기로 한 2경기 모두를 보고 돌아가겠다고 한다. 이 친구 덕분에 휴일에 축구장에 갈 일이 또 생겼다.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상주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에 가자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대구와 포항은 버스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휴무인데 기자석엔 앉을 수 없고 관중석으로 가기로 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추위에 벌벌 떨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스틸야드 방문에 설렌다. DGB대구은행파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같은 스틸야드가 1990년 문을 열면서 '축구 전용 경기장'의 맛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겠나.

스틸야드 방문은 꽤 오랜만이다. '직관'하는 것은 4년 전 초가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담당 구단도 아닌데다가 거리까지 먼 포항 경기를 취재하러 올 일이 없었다. 일찌감치 도착해 표를 사는데 친구가 '원정석'에 앉자고 한다. 건너편에 포항 서포터들을 마주볼 수 있어 오히려 재미있다고 한다.

▲ 스틸야드도 '가깝기'로 둘째 가면 서러울 것이다. ⓒ유현태 기자

원정석이지만 스틸야드의 몰입감은 여전하다. 하루 전 대구FC의 새로운 경기장처럼 알루미늄 바닥이 없어서 발을 구를 순 없지만 다른 장점은 있다. 스틸야드의 피치는 출입구보다 약간 높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면서 선수들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마치 소설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3/4 승강장처럼 축구의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관중석의 몰입감도 좋다. 1,2층으로 나뉘어 피치를 향해 쏟아지는 듯해 경기에 빠져들 수 있다.

원정석 오른쪽으론 우의를 입고 오던 '해병대'가 앉는다. 다소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군가에 잠깐 시선을 빼앗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포항 원정을 왔던 우라와 레즈 팬들이 해병대 응원에 깜짝 놀라 조용해졌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상주 서포터즈는 꽤 단출하다. 북을 잡은 이 1명, 함께 소리치는 이 1명이다. 등엔 이미 전역한 선수의 이름도 보인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나. 선수는 떠나도 팀은 남는데. 그래도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수십 명 팬이 상주를 응원한다. 송시우의 두 골에 열광하는 '원정 팬'과 묘한 침묵에 빠지는 '홈 팬'의 대비가 극명하다. 옆에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 "홈 팬들 조용해지는 맛에 원정석에 앉는다"고.

보통 골대 뒤는 경기 내용이 잘 보이진 않는다. 반대쪽 골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거리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골망이 흔들리고 나서야 골이란 걸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정석 바로 앞에 있는 골대는 잘 보이니까. 

송시우의 기가 막힌 헤딩골을 궤적을 손에 잡을 수 있을 듯 가까이서 봤다. 후반 34분께 윤빛가람의 슛을 걷어내는 말도 안되는 강현무의 선방도 불과 5,6미터 앞에서 봤다. 윤빛가람의 슛이 얼마나 강한지, 강현무가 얼마나 멋지게 몸을 날렸는지는 골대 뒤에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상병 김민우의 팬서비스. 셀카도 OK. ⓒ유현태 기자

경기를 마치고 보니 스틸야드의 또 하나 장점이 보인다. 바로 코너플래그 쪽에 있는 '선수 출입구'다. 워낙 관중석이 가까워 팬들이 선수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나 사인을 요청할 수 있는 '틈새' 팬서비스 포인트다. 승리에 기분이 좋았는지 '상병' 김민우가 팬들과 하이파이브하며 드레싱룸으로 들어간다. 셀카 촬영 요청도 당연히 'OK'다.

온통 DGB대구은행파크로 K리그가 기분 좋게 북적이지만, 좋은 경기장이 어디 대구에만 있을까. 다만 즐기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 뿐이다. 무조건 새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월드컵을 앞두고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스틸야드는 직접 가본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터키 그 어떤 경기장보다도 훌륭하다. 스틸야드는 벌써 29년이나 팬들을 맞이했다. DGB대구은행파크도 스틸야드처럼 오랫동안 많은 팬들을 맞이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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