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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짜릿한…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나온 '극적인 장면들'

기사승인 2019.03.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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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마르틴 카이머. 당시 천운이 따라 준 17번 홀을 가리켜 "내 커리어에서 잊지 못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4년 5월 12일(한국 시간).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열렸다. 장소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해변에 있는 TPC소그래스.

플로리다주 특유의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샷 하나 하나에 예민한 골퍼에게 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3타 차 선두를 달리며 14번 홀에서 티샷을 준비하던 마르틴 카이머(독일)에게도 마찬가지. 우승 마침표를 찍기 위한 흐름이 잠시 끊겼다.

약 90분 뒤 경기가 속개됐다. 카이머는 그러나 15번 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나무로 보내더니 결국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순식간에 2위권에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진 16번 홀에서도 파를 기록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악마의 홀'로 평가 받는 TPC 소그래스 17번 홀. 카이머는 이 홀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호수 위에 그린이 떠있어 '아일랜드 그린'이란 별명을 지닌 17번 홀에서 카이머의 갭웨지 티샷은 그린 프린지를 맞고 튀더니 그린에 떨어졌다. 빠른 속도로 데굴데굴 구르던 공은 워터 해저드와 그린 경계선으로 조성한 러프에 간신히 멈췄다. 보는 이 손에도 땀이 밸 만큼 짧지만 강렬한 순간이었다. 공이 그린 프린지에 맞지 않았다면 카이머는 아찔한 시간을 마주할 뻔했다. 선수도 놀란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전 허용 가능성은 줄였지만 모든 이가 연장전을 예상했다. 1타 차 2위를 달리던 짐 퓨릭(미국)도 경기 뒤 "내심 연장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카이머는 연장을 스스로 거부했다. 9m 거리에서 시도한 장거리 파세이브 퍼트가 홀 2m 근처에서 90도로 꺾어지더니 그린 위에서 없어져버렸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사상 최고의 퍼트 중 하나가 이날 탄생했다. 카이머는 기가 막힌 궤적으로 공을 홀 안에 집어넣었고 우승 상금 18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8억5000만 원)에 바투 다가섰다.

결국 카이머는 18번 홀에서도 파를 거둬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공식 인터뷰에서 "비 탓에 (라운드가) 중단된 뒤 샷 감각을 되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기온이 떨어져 손이 얼고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천운이 따른) 이번 17번 홀 플레이는 내 커리어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힘줘 말했다.

▲ 2011년 5월 최경주는 TPC 소그래스 16번 홀에서 극적인 기사회생 흐름을 잘 살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째를 신고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최경주의 16번 홀'

2011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SK텔레콤)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전혀 우승을 자신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최경주가 밝힌 전환점은 16번 홀이었다. 스스로 "그곳이 4개 라운드 통틀어 최대 위기이자 가장 인상 깊었던 홀"이라고 고백했다.

16번 홀을 앞두고 최경주는 선두 데이비드 톰스(미국)를 1타 차로 쫓고 있었다. 한 타가 아쉬운 상황. 그러나 최경주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훨씬 벗어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짧은 탄식이 갤러리 라인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기회를 완전히 채가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공이 나무를 맞고 그리 깊지 않은 러프에 떨어진 것. 두 번째 샷으로 공을 페어웨이로 빼낸 최경주는 가까스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챔피언 조로 함께 플레이한 톰스 티샷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점점 우승 가능성이 톰스쪽으로 기울었다. 최경주도 이때 "이 대회에서 우승하긴 어렵겠구나 직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경주 캐디인 앤디 프로저가 힘을 북돋웠다. 희망을 놓지 말고 끝까지 샷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캐디는 동반자다. 이런 상황에서 골퍼를 돕는 게 캐디의 가장 막중한 임무다. 마운드 위 흔들리는 투수를 다독이는 포수처럼 프로저는 "걱정을 멈추고 긍정적인 결과를 떠올려라. 다음 샷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게 골프"라며 최경주 어깨를 툭툭 쳤다.

그 말대로 됐다. 프로저 말대로 톰스가 친 16번 홀 두 번째 샷은 워터 해저드에 풍덩 빠졌다. 결국 이 홀에서 톰스가 보기에 그치면서 대회 판도가 요동쳤다. 최경주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톰스를 따돌리고 약 40개월 만에 PGA 투어 우승을 신고했다. 그에게 16번 홀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지워준 재기의 공간이었다. 더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투 끝에 투어 통산 8승째를 신고할 수 있게 해준 귀한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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