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에 입단한 고경민 ⓒ박대성기자
[스포티비뉴스=남해, 박대성 기자] 고경민이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경남FC 유니폼을 입었다. 부산에서 3년 동안 핵심으로 활약한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987년생, 만 31세. 적지 않은 나이에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아시아 무대와 K리그1 도전을 위한 큰 결심이었다.

고경민은 안양, 안산경찰철프로축구단, 부산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봤다. 2018시즌 최윤겸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경민을 활용했다. 그러나 김종부 감독 지도 아래서는 다르다. 동계 훈련 동안 윙 포워드로 2019시즌을 준비했다.

여태껏 뛰지 않은 생소한 자리다. 고민도 많았다. 몸에 배인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았다. 고경민에게 포지션 변경을 묻자 “쓰이는 근육이 다르다. 사실 많이 어렵다. 과거에는 연결 고리와 볼 배급을 담당했다. 경남에 오니까 크로스와 배후 공간 침투를 주문했다. 수비 전환에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뛰는 법을 몰라 체력 안배에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왜 김종부 감독은 고경민을 윙 포워드에 배치했을까. 전술적인 다양성이다. 한 포지션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자리에서 뛰길 원했다. 경기 중에도 최전방, 측면, 미드필더 상관없이 포지션 이동이 많다. 2019년에는 더 세밀한 축구를 하려는 김 감독의 생각과 일치한다.

고경민도 김종부 감독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한다고 선수단 전체에 말씀하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분명 감독님께서 생각한 부분이 있을 거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덤덤히 말했다. 

김효기 성공에서 알 수 있다. 안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효기는 등지는 플레이에 익숙했다. 그러나 김종부 감독을 만나고 새로운 움직임을 익혔다. 끊임없이 배후 공간으로 침투했다. 전남전 환상골이 대표적이다. 실제 난감한 고경민에게 “감독님이 그냥 시키는 것 같지? 다 생각이 있다. 잔소리 말고 하면 된다”며 농담을 던졌다는 후문이다.

공부와 연구는 필수였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모르는 움직임이 있으면, 배기종에게 허물없이 물어봤다. “경기를 끝나면 항상 영상을 본다. 벤치에 앉으면 (배)기종이 형 움직임을 관찰한다. 아무 정보 없이 내 방식대로 하면 정말 어렵다. 하나라도 더 공부를 해야한다. 윙 포워드를 뛰었던 선수들에게 자문도 구한다”는 말이 모든 걸 설명했다.
▲ 부산 시절, 해트트릭 고경민 ⓒ한국프로축구연맹
고경민은 부산에서 K리그 해트트릭 역사를 만들었다. 2018시즌 K리그2 21라운드 안양전 해트트릭으로 K리그 36년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K리그2 역대 통산 득점 1위도 고경민이었다. 

그러나 경남 축구는 달랐다. 공격 포인트보다 포지션 적응과 주전 경쟁이 급선무였다. “경남에 입단했을 때는 K리그1에서 해트트릭을 꿈꿨다. K리그1에서 통할지 궁금했지만,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선수라도 최전방과 2선에서 뛰어야 한다. 올해 목표는 윙 포워드 적응과 경기 출전이다. 경기에 뛰어야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며 입단 전과 달라진 마음가짐을 말했다.

어렵지만 짜릿함도 있었다. 20일 남해 동계훈련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었는데, 과거와 다른 움직임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배후 공간 침투 이후 득점이었다. 부산 시절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고경민 반응도 그랬다. “공간을 침투해서 볼을 받는데 약간의 희열이 있었다. ‘이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김)효기 형에게 ‘약간의 짜릿한 그게 있더라’고 말하니 ‘그렇지?’라고 하더라. 감독님께서는 공을 많이 터치하는게 좋은 건 아니라고 강조하셨다. 지금은 절대 내려와서 공을 받으면 안 된다. 코칭 스태프도 윙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2가지 포지션을 할 수 있지 않냐고 격려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라는 눈빛에 놀라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희열이 있었다.

경남은 동계 훈련을 끝내고, 함안으로 돌아갔다. 함안으로 돌아가면, 개인 훈련으로 크로스와 새로운 포지션 연구에 더 몰두할 생각이다. K리그 해트트릭 역사는 가슴에 묻어두고, 성남FC와 개막전 선발에 총력을 다 할 생각이다. 김종부 감독 아래 새롭게 변화할 고경민은 어떤 선수로 K리그1 무대를 누빌까.

“처음에는 정말 조급했다. 잘하는 포지션이 아니라서 괜히 다급했다. 볼 컨트롤도 제대로 못했다. 공이 오는 것도 무서웠다. 지금은 내려 놓고 포지션 적응만 생각하고 있다. 처음 축구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이미지 트레이닝과 마인트 컨트롤을 한다. K리그1 개막전 이후 일정이 많다. 탄탄히 준비하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다.”

▲ 고경민, 경남 동료들과 함께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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