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스캇데일(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제가 제일 나이가 많더라고요. 머피도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던데…”(웃음)

오승환(37·콜로라도)은 팀 선수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덧 자신이 팀에서 최고령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콜로라도 40인 명단에 오승환과 나이가 비슷한 선수라고 해봐야 베테랑 포수 크리스 아이아네타(36)가 전부다. 나머지는 다 1985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팀 내 대우도 따라온다. 오승환은 “코칭스태프가 너무 많이 믿어주신다. 부담이라면 그게 부담”이라고 했다.

나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안 보이게끔, 속일 수는 있다. 오승환은 그런 길을 걸었다. 이제 30대 후반에 이른 나이에도 정상급 구위를 자랑했다. 지난해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오승환은 토론토와 콜로라도에서 73경기에 나가 68⅓이닝을 던졌다.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6승3패3세이브21홀드 평균자책점 2.63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몸이 둔해진다. 더 위험한 것은 심리 상태다. 20년 넘게 야구를 하면서 초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젊을 때만 못하다”는 말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포함하는 이야기다. 오승환도 이 말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나 오승환은 “지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 불펜투수로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아직 몇 년 더 현역을 이어갈 에너지가 남아있다고 느낀다.

▲ 만 37세의 나이에도 오승환은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한다
올해를 앞둔 심정도 그렇다. 오승환은 “준비도 잘했고, 몸 상태에 부담도 없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나 지치는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오히려 더 설렌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의 경우는 다른 시즌보다 공을 더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하고 싶은 게 많이 생겼다. 공을 던지는 게 다른 때보다 더 재밌다”고 밝게 웃었다.

사실 이 나이에 이른 선수들은 자꾸 미래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 모두 아직 청춘인 오승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올 시즌만 집중하고 있다. 팬들이 관심을 두는 KBO 리그 복귀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긋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지쳤다면 올 시즌이 끝난 뒤 한국으로 복귀하면 된다. 그러나 오승환은 아직 미국에서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

상황은 좋다.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훨씬 낫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오승환은 “작년에는 계약 때문에 캠프에 늦게 합류했다. 일찍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즌 초반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올해는 다르다. 오승환은 “올해는 그런 것 없이 몸도 단계적으로 잘 만들고 있다. 올 시즌은 나도 기대가 된다. 이 몸 상태를 시즌 끝날 때까지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어투에는 지침이 없었다. 대신 설렘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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