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투손(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KBO 리그 전지훈련지로 각광받는 미 애리조나주와 일본 오키나와 날씨가 심술을 부리고 있다. 시즌 준비에 생길 변수를 지우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미 애리조나주 투손에는 3개 구단(키움·KT·NC), 일본 오키나와에는 3개 구단(한화·KIA·삼성)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두산은 오키나와에서 1차 캠프를 소화한 뒤 일본 미야자키로 넘어갔고, SK·롯데·LG는 2차 전지훈련지가 오키나와다. 애리조나와 오키나와에 10개 구단이 모두 걸친 셈이다. 그만큼 현지 날씨는 관계자들의 중요한 화두다.

애리조나와 오키나와는 전통적인 전지훈련 선호지다. 기본적으로 날씨가 좋다. 2월에도 섭씨 15도 이상의 비교적 따뜻한 날이 이어진다. 가장 날씨가 좋은 애리조나는 거리가 먼 대신 훈련 시설이 잘되어 있다. 2면 이상의 야구장을 활용한다. 오키나와는 상대적으로 시설이 열악하지만, 대신 거리가 가깝다. 시차 적응이나 음식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연습경기 파트너가 많다는 점은 최대 장점이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이상기후다. 추운 한국 날씨를 피해 전지훈련을 왔는데, 정작 날씨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구단마다 비상이 걸렸다.

애리조나는 올해 유독 춥다. 사막이라 일교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낮에는 영상 20도 전후의 따뜻한 기후로 사랑받은 애리조나다. 땀도 많이 나지 않아 훈련에는 제격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낮에도 영상 10도를 웃도는 시간이 길지 않다. 피닉스 근교보다 고지대에 위치한 투손은 더 그렇다. 바람까지 차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피오리아에서 훈련하다 투손으로 넘어온 장정석 키움 감독은 “애리조나가 이렇게 추운 적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 '이상기후' 투손에 많은 눈이 내려 야외 훈련이 모두 취소됐다
급기야 23일(한국시간)에는 기록적인 눈을 경험하기도 했다. 밤부터 오전까지 눈에 쏟아졌다. 끝내 3개 팀이 야외 훈련을 모두 취소했다. 강제 휴식일이 생겼다. 투손 한인 식당 관계자는 “이곳에 온 지 30년이 됐지만 이런 눈은 처음이다. 여기는 사막이라 비가 많이 오는 경우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23일 내린 눈으로 경기장 사정이 엉망이 돼 24일 연습경기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KT와 NC에 비상이 걸렸다.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는 대체로 2월 초까지는 우기다. 하지만 2월 중순이 되면 비가 줄어들고 훈련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3~4년 전부터 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비가 내린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다. 때문에 연습경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오키나와의 최대 장점이 비에 씻겨 내려간 셈이다.

컨디션 관리에도 비상이 생겼다. 독감 등 민감한 문제는 없지만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제한되고 있다. 잡아놨던 연습경기 일정이 취소되면서 투수들은 당장 원하는 만큼 던지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즌 개막이 빠르고 시범경기 일정도 짧은 올해다. 시즌 초반 변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연구가 불가피하다.

기후가 돌고 돈다는 말도 나온다. 재작년에는 SK 캠프지인 미 플로리다주가 한파로 고생했다. 지난해에는 롯데가 캠프를 차린 대만이 이상 저온과 지진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는 애리조나 차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반대로 올해는 대만과 플로리다 날씨가 아주 좋다. SK가 캠프를 차린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는 한낮에는 섭씨 30도에 육박할 정도의 더운 날씨다.

다만 SK·롯데·LG도 웃고 있을 처지는 아니다. 오키나와에 들어가 실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 날이 풀릴 조짐은 보인다. 애리조나는 2월 25일 이후로 예전 날씨를 찾아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오키나와도 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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