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포트샬럿(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유망주들의 미국 러시가 이어졌다. 당찬 포부와 태평양을 건너는 선수들이 매해 나왔다. 고교 시절 최고 수준 포수였던 최지만(28·탬파베이)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동기가 조금 달랐다.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은 야구선수로의 성공을 꿈꿨다.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하지만 최지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돌아본다. 2019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최지만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야구로 성공하고 싶어서 미국에 온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의외의 대답이다.
최지만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이 나라에는 어떤 야구가 있는지 궁금했다”고 떠올렸다.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어떤 시스템이 있는지가 관심이었다. 그렇게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봤다. 근사했다. 최지만은 “그때 돌아가더라도 여기서(메이저리그) 한 번은 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절이 이어졌다. 부상도 적지 않았다. 트리플A 성적에 비해 기회가 많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지는 않은 최지만이지만, 현 소속팀 탬파베이는 그의 6번째 조직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상징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최지만은 “내가 왜 미국에 와서 야구를 하고 있을까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행기에서나 버스에서나 아예 슬픈 노래를 안 들으려고 했다. 혼자 우울해질까 봐 그랬다”고 회상했다.
또래, 비슷한 연차의 선·후배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유혹이 찾아왔다. 그러나 최지만은 “돌아가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는 뛰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돌아가는 선수들을 보면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버텨보자, 버텨보자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는 최지만은 이제 첫 풀타임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지만은 당시 그 많던 유망주 중 혼자 살아 남았다.
다행히 탬파베이는 최지만에 적합한 팀이었다. 주로 거주했던 애리조나를 떠난다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동료들이 잘 도와준다. 최지만은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과 가장 친하다. 다른 선수들과도 두루두루 관계가 좋다. 최지만은 “탬파베이는 가족 같은, 다 친구인 고등학교 스타일”이라고 팀 분위기를 설명한다. 최지만은 “농담에 화를 내면 불화가 된다. 하지만 장난인 것을 알기에 받아준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이제 미국 생활만 11년 차다.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외로움은 있다. “20살에 결혼을 하는 게 목표였는데 만날 시간이 없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는 최지만의 얼굴에는 분명 씁쓸함이 묻어나온다. 대표팀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련이 있을 때마다 인내하며 11년을 버틴 최지만이다. 2006년 이후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한 20명이 넘는 선수들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제는 힘껏 달려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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