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차붐' 차범근(6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유, 청소년기 선수 성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차범근 축구 교실로 숱한 선수를 봤고 '차범근 축구상'을 통해 유망주들도 많이 봤다.

지난 2016년 12월, 차 감독은 당시 제주도 서귀포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훈련장에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당시 차 감독은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으로 차두리(39) 전 대표팀 코치와 함께 나타났다.

차 감독의 등장에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국내파 중심의 U-20 대표팀은 이듬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에 들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던 차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그거 아세요? 이 연령대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고 한 경기가 또 달라요"라고 말했다.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니 "연습 경기나 벤치 관전 경험 한 번으로도 큰 소득이 된다. 이후 자기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발전, 퇴보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차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이 필요하다. 땀을 흘리고 노력하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고 격려했다.

선수들에 대한 격려는 큰 힘이 됐고 2년이 조금 넘는 사이 당시 격려받았던 선수 중에서는 송범근(22, 전북 현대), 김진야(21, 인천 유나이티드), 조영욱(20, FC서울), 한찬희(22, 전남 드래곤즈) 등이 각자의 팀에서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차 감독은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U-20 대표팀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힘을 받은 이진현(22, 포항 스틸러스)과 이승우(21, 엘라스 베로나)는 A대표팀에도 부름을 받으며 여전히 성장 중이고 백승호(22, 지로나)도 FC바르셀로나 등 대형 팀과 경기를 치르며 살벌한 생존 경쟁을 견뎌내고 있다.

이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강인(18, 발렌시아), 정우영(20, 바이에른 뮌헨)도 마찬가지다. 이강인은 지난 1월 1군에 정식 등록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5경기 연속 결장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팀 내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강인은 주로 왼쪽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그런데 곤잘로 게데스가 부상에서 복귀했고 데니스 체리셰프는 굳건하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입장에서는 이들이 우선순위다. 토랄 감독이 4-4-2 전형을 주로 활용해 이강인을 활용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1군에 승격한 이상 출전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발렌시아 다수 팬도 토랄 감독의 선수 기용술을 비판하며 "이강인에게 기회를 부여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진 팬심이다. 이강인이 기대지 말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이유다. 1군 출전이라는 맛을 본 이상 출전 기회에 대한 목마름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벤치에서 동료나 상대 공격수의 경기력을 눈에 넣은 그 자체도 차 감독의 말처럼 큰 자산이다.

정우영도 비슷하다. 정우영은 20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원정에 동행했고 동료들과 몸도 풀었다.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이상 리버풀) 등 자기 포지션 일진들의 경기력을 지켜봤다.

경기에 뛰지 못해도 향후 몸 관리, 심리 상태 조절 등을 배울 수 있다. 벤치, 관중석에서 경기를 봐도 모두 소득으로 남는다. 차 감독 말처럼 '활용하기'에 달렸다. 어려운 순간 경험이 더욱더 값지게 다가오는 이유다. 손흥민(27, 토트넘 홋스퍼)도 출전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순간을 적절하게 활용해 스타로 성장했다. 차 감독의 조언을 다시 새기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이강인과 정우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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