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스피드건에 연신 150㎞ 이상의 강속구가 찍혔다. 공을 치는 타자들도, 공을 받는 포수들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다. SK 우완 하재훈(29)이 주인공이었다.

하재훈은 지난 16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캠프 두 번째 라이브피칭을 했다. 20개 투구가 예정된 하재훈은 시작부터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 구속은 던질수록 올라갔다. 152㎞, 153㎞를 찍더니 마지막 공은 155㎞까지 나왔다. 하재훈은 “20번째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나만 더 던지자고 했는데 좋은 밸런스에서 던져서 그런지 구속이 나왔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은 천부적인 재질이다. SK는 지명 당시 “150㎞ 이상을 쉽게 던질 수 있다. 그런 선수는 투수를 시키는 것이 낫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하재훈은 SK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투구를 지켜보던 염경엽 SK 감독은 “공이 좋다”며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포수 이재원은 “패스트볼 위력은 리그에서도 상위권”이라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 라이브피칭에서 최고 155km를 던져 관심을 모은 하재훈


미국에서도 선수 생활을 한 경력이 있지만, KBO 리그에서는 첫 시즌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단체 캠프도 오래간만이다. 하지만 적응은 순조롭다. 하재훈은 “올 때는 설렜다. 한편으로는 뭐가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긴장되는 마음도 있었다”면서도 “와보니 편하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캠프라고 해서 험악하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어울려서 노는 식으로 하는 것 같아 엄청 편하고 좋다”고 웃었다.

코칭스태프는 하재훈에게 특별히 많은 것을 주문하지는 않는다. 투수 전향 첫해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바꾸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토대로 도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몸이 좋다. 비시즌 동안 일부러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가 개인훈련에 매진한 하재훈은 “아픈 곳만 없으면 괜찮은데 다행히 지금은 아픈 곳이 없다”면서 “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어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올라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단과 달리 선수 스스로는 ‘155㎞’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재훈은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구속보다는 투수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하재훈은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투수 전향을 시도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때는 한 달 훈련하고 시즌에 들어갔다. 그때는 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며 급하지 달려들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큰 화제를 모은 하재훈은 오키나와서 열릴 2차 캠프 합류도 확실해 보인다. 첫 테스트를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럴수록 더 차분하게 시즌을 바라본다. 투구시 드러나는 버릇을 고쳐야 하고, 투구 밸런스도 확신이 들 정도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재훈은 “100%까지 올려버리면 정작 시즌에 들어가 지친다. 80%까지만 계속 올리면서 시범경기 때 확실하게 조율을 하고 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그래야 장기간 시즌에서 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의 신인과는 역시 다르다. SK는 경기력 또한 다른 신인과는 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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