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투수 박신지가 등번호 40번의 좋은 기운을 받아보겠다고 이야기했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정말 부담스러운 번호라서 고민이 되긴 했죠."

두산 베어스 박신지는 올해 등번호를 49번에서 40번으로 교체했다. 외야수 백동훈(구 백민기)이 49번을 쓰고 싶다고 설명했고, 박신지는 개명까지 하며 새롭게 시작하려는 형의 부탁을 들어줬다.

49번을 넘기는 것보다 40번을 선택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40번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 에이스로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의 등번호다. 지난해는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가 썼는데, 올해 후랭코프가 43번으로 바꿔 달았다. 

박신지는 다른 번호들을 고민했으나 막내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고심 끝에 40번을 달기로 결정했다. 

박신지는 "좋은 번호의 기운을 받아서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도 올해도 계속해서 두산에서 비중 있던 선수들의 번호를 달게 됐다. 좋은 번호를 받았는데 결과는 내가 하기 나름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박신지와 일문일답.

△ 데뷔 시즌에 달았던 번호를 바꾸게 됐다.

(백)동훈이 형이 끝에 9번이 들어가는 번호를 선호한다고 들었다. 49번은 민병헌(현 롯데) 선배가 두산에서 달았던 번호라 써보고 싶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나는 49번이 다시 비면 그때 또 달려고 한다. 나도 사연이 있는 번호다. 친구들이랑 고등학교 때 같이 48번, 49번, 50번으로 달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야구가 잘됐다. 이름도 조금씩 알려지고 그러면서 애착이 생긴 번호다. 지금은 동훈이 형이 잘 쓰셨으면 좋겠다.

△ 40번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부담스러운 번호라서 정말 고민이 됐다. 그런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번호가 남아 있지 않았다. (곽)빈이랑 연결되는 번호를 달아볼까 했는데 형들이 이미 다 선택한 상황이라 40번을 선택했다. 에이스의 좋은 기운을 받아보겠다. 

▲ 박신지는 개막 엔트리에 들진 못했지만, 시즌 막바지 활약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했다. ⓒ 두산 베어스
△ 지난해 데뷔 시즌을 보낸 소감은.

생각한 것보다 좋은 기회를 많이 받았다.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가장 큰 무대(한국시리즈)도 경험했고, 많은 걸 얻은 시즌이었다.

△ 개막 엔트리는 못 들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었다.

안 믿겼다. 신인 첫해는 1군에 못 올라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시즌을 맞이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서 정말 안 믿겼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즌 마지막에 여기까지 온 거 엔트리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짜 들어갈 줄은 몰랐다.

△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진 못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본 기분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동안 TV로만 봤는데 실제로 경기를 구경하고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관중들은 환호하고 우리는 비장하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확실히 정규 시즌 분위기랑은 달랐다.  

△ 보는 것만으로 많이 배웠을 것 같다.

나도 올라가서 선배들처럼 던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어떻게 던질까 생각하면서 보니까 공부가 됐다. 벤치에 있을 때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선배들이 옆에 오셔서 '경기를 그냥 보지 말고 너가 올라가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보라'고 하셨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 평소 선배들이 잘 도와주는 편인가.

(함)덕주 형, (박)치국이 형, (이)영하 형은 내가 잘 적응할 수 있게 엄청 많이 도와줬다. (이)현승 선배, (김)승회 선배, (최)대성 선배는 제자 가르치듯이 많이 알려주셨다. 안 다치는 법이나 어떻게 하면 야구를 오래 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배웠다. 팀에 좋은 형들이 많다. 

△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을까.

승회 선배께서 '야구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셨다. 승회 선배는 어릴 때 공이 빠르니까 생각하는 게 무디고 차분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생각하는 게 큰 차이를 만든다, 위기가 와도 차분하게 다음을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기억에 남았다.

▲ 박신지는 올 시즌 건강하게 1군에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 지난해 이맘때 막 입단해 훈련을 시작했었는데. 벌써 2번째 시즌이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신인이고 첫해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1군에 잠깐 올라왔다가 다치고(갈비뼈 부상), 재활하고 돌아와서 야구를 조금 해보려니까 끝난 기분이다. 다치니까 시간이 훅 사라지더라. 재활하며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 올해는 꼭 안 다치고 야구를 하고 싶다.  

△ 겨울 동안 살을 찌웠다고 들었다.

살 찌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이번 겨울에 식단 조절을 하면서 하루에 다섯끼씩 먹었다. 밥이 안 넘어갈 때까지 먹었다. 어머니께서 다 챙겨주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딱 3kg 쪘다. 속상하진 않은데 실망스럽긴 했다. 다섯끼나 먹었는데(웃음).

△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나.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억지로 한번에 확 많이 찌고 싶진 않다. 자연스럽게 운동하면서 점점 체격이 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3kg 쪄서 75~76kg 왔다갔다 한다. 선수 치고는 정말 몸무게가 안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체지방은 안 늘고 근육량만 3kg이 늘었다. 그러기 정말 쉽지 않다고 정말 많이 찌웠다고 하셔서 괜찮았다. 

△ 곧 스프링캠프다. 2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1군 풀타임이 목표다. 내가 잘해서 기회를 만들어 잡고 싶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우승을 돕는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 그냥 팀에 있는 선수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겠다. (김)강률 선배, 빈이가 부상에서 돌아올 때도 열심히 해서 1군에 남아 있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