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언 오서 ⓒ 목동 아이스링크, 스포티비뉴스

- 국제 대회 나가면 심판 및 ISU 관계자들이 눈여겨봐

- 지도자의 소임은 선수에게 좋은 동기부여를 주는 것

- 우리 팀의 목표는 차준환을 올림픽 시상대에 세우는 것

[스포티비뉴스=목동, 조영준 기자] "차준환은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3위 안에 진입했고 현실적으로도 (2022년 베이징 올림픽) 3위 이내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우리 팀의 목표이기도 하죠. 지금 준환이는 영리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빙판을 질주하는 차준환(18, 휘문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흐뭇했다. 지난 시즌보다 한층 성장한 애제자는 어느덧 '왕중왕전'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위를 차지하는 선수가 됐다. 지도자의 의도대로 선수가 따라와 주는 점에 사뭇 기대가 크다. 또한 장차 '큰 선수' 될 자질도 충분히 갖췄음을 느꼈다.

브라이언 오서(58, 캐나다)는 1980년 세계 피겨스케이팅 무대를 풍미한 스타였다. 비록 자신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했지만 제자들의 선전으로 못다 이룬 한을 풀었다.

오서는 김연아(29)의 스승으로 유명하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이는 오서였다. 4년 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하뉴 유즈루(24, 일본)를 남자 싱글 정상에 올려놓았다.

하뉴는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3연속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김연아 이후 세계 정상권에 가장 근접한 이는 남자 싱글의 차준환이다. 그는 올 시즌 5개 국제 대회에 출전해 모두 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차)준환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성장했고 올림픽도 경험하면서 다른 선수가 됐죠. 지금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심판들과 ISU 관계자들이 준환이를 많이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 브라이언 오서(오른쪽)와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오서는 "준환이는 점프는 물론 스핀과 스케이팅 스킬 등 모든 점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힘든 시기는 주니어 티를 벗고 시니어 선수로 성장하는 점이다. 지난해 차준환은 부상과 부츠 문제로 고생했지만 이를 이겨냈다.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그를 시니어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만들었다.

"준환이는 점프와 스핀, 그리고 스케이팅 스킬 등에서 특별하게 약한 점이 없어요. 모든 요소를 고르게 잘하는 점이 장점이죠. 선수 본인도 모든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차준환은 5개 국제 대회는 물론 국내에 들어와 전국 동계체전 서울시 예선을 치렀다. 또한 국가 대표 1차 선발전인 랭킹전에 출전하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차준환 본인도 "올 시즌처럼 많은 대회에 출전했던 적이 없었다. 많이 힘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부분에 대해 오서는 "조금은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대회는 많지만 이런 과정이 선수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어린 시절 또래 친구보다 키가 작았다. 그러나 이후 폭풍 성장을 했고 지금은 180cm에 가깝게(178cm) 훌쩍 컸다.

"갑자기 키가 크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비율이 좋아서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차준환이 훈련하는 곳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이다. 이곳은 과거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준비했던 곳이다. 또한 하뉴는 물론 세계적인 스케이터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명소가 됐다.

"우리가 있는 클럽은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지요. 또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줘서 올바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지도자들의 소임입니다. 무대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선수들이죠."

차준환은 11일부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진행 중인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9(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선수가 된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회 우승이 유력하다.

▲ 브라이언 오서 ⓒ 목동 아이스링크, 스포티비뉴스

차준환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메인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떠난다. 그는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 및 3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올 시즌은 ISU 채점 규정이 새롭게 변경됐다. 각 기술의 수행 점수(GOE)의 범위가 -3~3점에서 -5~5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은 사상 최고의 '점프 전쟁'이 진행됐다. 그러나 새롭게 변경된 규정으로 고난도 점프의 위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오서는 이번 규정 변경의 포인트를 '퀄리티(Quality : 완성도)'라고 요약했다. 그는 고난도 점프보다 각 기술의 완성도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각 요소의 퀄리티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서 우리는 퀄리티를 높여나갈 생각이예요. 새 규정은 준환이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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