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두산 베어스 49번은 백동훈이다. ⓒ 잠실,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왜 바꿨냐고 하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백민기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이하면서 백동훈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은 이미 지난해에 바꾸려고 받아뒀었다. 그런데 FA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보상선수로 갑작스럽게 이적하게 되면서 개명 시기를 1년 늦췄다. 

개명을 결심한 건 건강하게 야구를 오래 하고 싶어서였다. 백민기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잔부상이 많은 편이었다. 어머니가 개명한 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걸 지켜보면서 백동훈도 개명을 결심했다. 

이름과 함께 등번호도 62번에서 49번으로 바꿨다.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쓰고 싶던 번호였는데, 투수 박신지가 이미 선택한 바람에 62번을 달아야 했다. 백동훈은 올해 등번호를 재배정할 때 박신지에게 양해를 구했고, 박신지가 흔쾌히 허락하면서 원하던 번호를 달게 됐다. 

백동훈은 "나이도 서른이 됐고, 이름과 등번호를 바꾸면서 새 출발을 하고 싶었다. 올해는 새 출발을 하는 만큼 잘 풀렸으면 좋겠다. 팬들이 백동훈을 외쳐주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게 죽어라 노력해 보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기록하고 기뻐하는 두산 베어스 백동훈 ⓒ 곽혜미 기자
다음은 백동훈과 일문일답.

△ 백동훈이란 이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이름을 5개 정도 받았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다(웃음). 동훈, 동현, 태훈 이런 이름들이었다. 작명하는 분께 괜찮은 이름을 골라달라고 하니 동훈이 제일 괜찮다고 했다. 마음에 딱 들진 않았는데 좋다고 하니 바꿔봤다. 

△ 백동훈이 아직은 입에서 바로 나오진 않는다.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왜 바꿨냐고 놀리더라. 잘되고 싶어서 바꿨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 모두 동훈이라고 불러 주신다. 진짜 친한 친구들은 아직 민기라고 부르고 있다.

△ 등번호는 49번을 선택했더라. 

숫자 9를 좋아한다. 롯데에 있을 때는 59번을 달았다. 그냥 9번을 쓰기에는 내 체격과 한 자리 숫자가 안 맞는 것 같았다. 민병헌 선수의 보상선수로 오면서 한번쯤은 49번을 달고 싶었다. 지난해에도 49번을 생각했는데 (박)신지가 이미 달고 있어서 다른 번호를 골랐다. 

(49번은 2017년까지 민병헌이 두산 주전 우익수로 뛰면서 쓴 번호다.)

△ 박신지는 흔쾌히 수락했나.

내가 먼저 이유를 설명하며 부탁을 했더니 신지가 알겠다고 했다. 팀마다 좋은 번호가 있다고 하는데, 민병헌 선수가 두산에서 49번으로 잘했으니까 번호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 

(박신지는 40번을 달게 됐다. 40번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 에이스로 활약한 더스틴 니퍼트의 등번호. 박신지는 좋은 번호기도 하지만, 부담이 된다고.)

△ 지난해 두산에서 보낸 첫 시즌은 어땠나.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마지막에 9월부터 끝까지 살아남아서 자신감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나도 조금은 1군에서 통하는구나 했다. 그동안 2군에서 잘되도 늘 1군에 올라오면 안 됐다. 흔히 말하는 2군 선수인가 생각도 했다. 김태형 감독님께서 계속 자신감을 주셨다. 기회도 주시고, 경기 때도 자신감 있게 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 팀에서는 안정적인 수비와 힘 있는 타격을 장점으로 꼽더라.

수비는 잘해야 하고 자신도 있다. 늘 부족했던 게 타격이었다. 두산에 와서 지난해 고토, 강동우, 박철우 코치님, 감독님까지 '잘하고 있다'  '괜찮다'는 말을 해주셨다. 좋은 말을 해주셔도 내가 못 느끼면 의구심이 들었을 텐데, 나도 계속 느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이 붙었다.

▲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즐긴 백동훈. ⓒ 두산 베어스
△ 데뷔 홈런(지난해 10월 11일 잠실 SK전)이 큰 계기가 됐을까.

가장 큰 계기였다. 그날 감독님께서 경기 전에 지적해주시고 나도 느껴서 연습한 게 바로 경기에 나왔다. 그때 나도 조금씩 풀리려나보다 생각했다. 

△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든 것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큰 경험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기회가 절박하기도 했지만, 잃을 게 없었다. 잘해서 커리어를 쌓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상황이 재미있었다. 나도 이런 경기에서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 SK와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말 선두 타자로 김광현과 맞붙은 게 백민기로 뛴 마지막 경기였다. (결과는 2루수 직선타.)

김광현 선수가 느린 슬라이더를 잘 안 던진다. 그런데 나한테는 계속 그것만 던졌다. 원래 던지던 템포로 던졌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긴 했다. 타이밍이 늦었는데 타구가 투수 쪽으로 날아가서 '안타인가?' 하고 봤는데 수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쉬웠다.

△ 올해 외야는 또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것 같다.

프로 선수는 늘 경쟁이다. 한 경기라도 더 뛰어보고 싶다. 지난해 개막 엔트리에 들긴 했는데, 1경기 만에 빠졌다. 올해는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다. (조)수행이가 군대에 가긴 했지만 (정)진호 형, (국)해성이 형, (김)인태 등 경쟁 상대가 정말 많다.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일단 내가 잘해야 한다. 내가 잘한 뒤에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백동훈으로 만날 첫 타석을 기대하겠다.

첫 타석부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새 출발을 결심한 만큼 올해는 잘 풀렸으면 좋겠다. 팬들이 백동훈을 외쳐주는 날이 빨리 올 수 있게 죽어라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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