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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인터뷰] 김학범의 감독론① “감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사승인 2019.0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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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영상 한희재 기자] “축구 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얼만큼 따라가느냐가 중요하지 노장이라는 부분은 중요치 않다고 봐요. 젊은 지도자도 못 쫓아가면 도태되는 거에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대는 늘 새로운 인물을 원하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의 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8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은 김학범 감독은 1960년 3월 1일생이다. 만 58세, 올해 한국 나이로 예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난해 성공은 새롭다. 경력이 꺾였다는 평가를 받던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성공기’ 못지 않게 김 감독이 뒤늦게 맞은 전성시대가 주는 울림도 크다. 

김 감독은 대표팀 팬들에게 새로운 얼굴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코치로 참가한 이력이 있으나 선수 시절은 대표팀과 거리가 멀었고, 감독으로 일하면서도 인연이 닿지 않았다. 흔히 축구계에서 ‘비주류’로 불리던 김 감독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축구가 위기였기 때문이다. 혁명에 가까운 변화는 벼랑 끝까지 몰린 위기 상황에 가능하다.

▲ 김학범 감독은 김판곤 위원장(왼쪽)의 부임 후 첫 선택이었다. ⓒ곽혜미 기자

◆ 최신 감독 김학범, 김판곤 위원장을 사로잡은 ‘아이패드 미팅’

김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회가 체계적인 검증시스템을 통해 선택한 첫 번째 인물이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이 직접 후보 감독 리스트를 추린 뒤 경기 영상 분석을 통해 평가하고, 개별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계획의 디테일을 파악한 뒤 마지막 토론으로 결정했다.

스포티비뉴스를 만나 뜨거웠던 2018년을 추억한 김 감독도 이 과정이 새로웠다고 했다.

“그런 미팅이라는 것이 사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부분이죠. 예전에 1998년에는 모두 모여서 했던 적은 있는데, 기술선발위원장이 감독들과 개별 인터뷰를 하겠다는 경우는 없었죠. 저는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전혀 없었어요. 어차피 축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 김판곤 위원장이 미팅하면서 김학범 감독이 많은 걸 준비해서 놀랐다고 했어요. 그때 어떻게 준비하고 나가셨나요?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은 임팩트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어요. 우선 AFC U-23 챔피언십에서 경기한 것을 전부 다 분석했고, 아이패드(태블릿PC)를 이용해서 선수들에게 ‘나는 감독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고 보여줬죠. 선 학습을 시키면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짧은 기간에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대표 팀은 소집 기간이 짧고 훈련 기간도 짧은데 어떡하면 짧은 시간에 그것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킬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치면서 아이패드에 미리 선수에게 넣어주고 모이지 않아도 바로 바로 넣어줘서 선행학습을 할 수 있던 부분들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볼 땐 그런 부분들이 김판곤 위원장에게는 어필이 됐던 거 같습니다.”

김 감독은 60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축구계 최신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그는 매년 유럽 축구 현장을 찾아 최신 전술 트렌드와 훈련 기법을 배우는 데도 부지런한다. 단순히 경기를 참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럽 구단의 훈련장을 방문해 디테일을 배워온다. 그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세 번이나 방문했고,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 세비야 훈련도 자세히 들여다 봤다.

▲ 연구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김학범 감독 ⓒ곽혜미 기자

◆ 베테랑 지도자의 가치, 감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수를 선발할 때도 나이를 보지 않는다는 김 감독은 지도자 역시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성공은 ‘노장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가발전해야 한다는 표본이 됐다. 그는 잠시 잠깐의 노력과 준비가 아니라, 긴 시간 끊임없이 내공을 쌓아야 완성되는 게 감독이라고 했다. 즉, 감독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최근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나이대가 비슷한 김학범 감독도 유사한 사례로 여겨집니다. 최근 젊은 감독이 늘어나고 베테랑 지도자가 새로운 변화에 도태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활용한 최신 기술이나, 축구계 최신 전술을 위해 어떤 노력과 준비를 했나요? 
“노력해서, 준비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흐름을 얼마만큼 쫓아가느냐의 문제죠. 계속해서 축구가 변화하고, 환경이 바뀝니다. 선수도 그렇고. 이런 변화를 얼마만큼 따라가느냐가 중요하지 노장이냐 아니냐는 부분은 저는 중요치 않다고 봐요. 젊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지도자가 못 쫓아가면 그건 도태되는 거예요. 박항서 감독도 계속해서 준비했고,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루어진 거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다고는 절대로 생각 안 합니다. 그런 과정이 계속해서 쌓이는 거죠.”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고 하잖아요. 축구 지도자가 끝날 때까지 어떤 흐름을 놓치면 거기에 대해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거든. 이게 사실 제일 안 좋은 거에요. 흐름을 놓지 않고 계속 가게 되면, 많은 기간 동안 지도자 했죠. 경험이 있죠. 또 실패도 봤죠.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씨알이 되어서 더 좋은 결과를 갖고 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계속해서 준비했던 것들이 어느 날 꽃을 피웠다 이렇게 보고 있어요.” 

김 감독이 말한 대로 축구계 환경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스포츠과학이 발달했고, 코칭 스태프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세계 무대와 비교했을 때 산업규모가 그만큼 발달하지 못한 한국 축구는 여전히 뒤쳐져 있다. 김 감독은 축구 통계과 과학, 경기 분석 등 세계 축구의 발전상을 국내 지도자 중에서는 가장 민첩하게 따라가려고 노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기본은 바뀌지 않았어요. 기본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 기본을 위해 가는 길은 바뀌었어요. 코칭스태프의 세분화는 업무 분담이죠. 업무분담이 조금 더 디테일해진 건 사실이고. 스포츠 사이언스가 도입되면서 과학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육안으로 보고 대강 판단했다면 지금은 수치를 가지고 선수를 평가하고, 대입을 하죠. 전술적 움직임도 이제 수치로 많이 표현할 수 있어요. 수치로 표현하면서 대응도 하지만, 사람이 하기 때문에 뭐든지 다 참고사항이에요. 참고사항이고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불규칙으로 일어나는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은 분명히 바뀌고 있어요.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변수를 최소화시키면 그만큼 생각한 게 적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남들보다 앞서가는 걸 많이 썼어요. 경기 분석 프로그램도 제가 코치 시절부터 직접 분석기를 잡고 썼을 정도죠. 사실 우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변했어요. 그때는 말하는 미팅에서 보여주는 미팅으로 전환됐어요. 이제 모든 팀들이 변했어요. 그런 과정이 변하는 것을 누가 먼저 도입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그런 부분을 신경을 썼죠. 사실 우리가 선진 축구를 쫓아갈 수 있는 방법은, 선진 축구를 얼마나 빨리 도입해서 우리 것으로 만드는지가 중요한 거거든요. 나는 빨리 주입하고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선수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축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얼마큼 (격차를) 좁히는지는 결국 우리 지도자 몫이라는 거죠.”

그가 이러한 변화를 좇는 과정에 강조한 것은 “축구의 기본은 불변이다. 그거 하나만큼은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경기의 핵심인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 팀을 지도하며 다양하게 경험한 것을 연령별 대표팀에 와서 크게 쓰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활기를 찾았지만 아직 K리그는 침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K리그를 이끄는 젊은 감독들에게, 어쩌면 후배일 수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후배라기보다, 다 같이 팀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일단은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팬들도 경기장에 온다는 거죠. 어떻게 하면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할까, 많이 노력하고 연구하면 좋을 거 같아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또 승리해야 해요. 경기력만 좋고 승리를 못 하면 안 되잖아. 승리해서 자꾸 팬이 운동장에 찾아올 수 있는 역할을 앞에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바람이죠.”

▲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을 지휘 중인 김학범 감독 ⓒ곽혜미 기자

◆ 독이 든 성배도 기꺼이, 김학범 감독의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

축구 감독은 내용과 결과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우승권의 성남, 강등권의 강원, 광주 등을 지휘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한 김 감독도 태극마크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고 했다.

“(부담이) 굉장히 많이 됐죠. 프로 리그와 다르게 온 국민의 관심사잖아요. 온 국민들이 우리 팀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는 걸 봤을 때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진짜 경기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도 몸에 와 닿을 정도로 굉장히 부담감이 많았어요. 경험이 많은 나도 이런데 그렇지 않으면 어떨까 생각도 들었죠. 사실 프로 팀 감독을 할 땐 이렇게 큰 부담이 없었어요. 선수들과 내가 갖고 있고, 선수가 갖고 있는 걸 다 빼내서 운동장에서만 보여주면 되고. 또 한 경기가 잘못되면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돼요. 하지만 대표팀 경기는, 아시안게임은 토너먼트이다 보니 한 경기를 잘못했을 때 깊은 나락으로 빠지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런 부담감은 프로리그와 견줄 수가 없을 거 같아요.” 

부담이 큰 도전이었던 만큼, 성취 후의 인기도 컸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젊은 선수들이 아이돌 가수급 인기를 누리게 됐다. 김 감독의 위상도 달라졌다. “경기를 갔다 와서 실감했습니다. 갔다 와서 실감했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 준비하고 시합을 나갈 때는 희망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몰랐던 것을 다시 발견하고 찾아낸 한 해였습니다.”

김 감독은 스스로 늘 공부하는 지도자라고 했다. 그는 또한 늘 도전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대회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 금메달이 아니면 실패로 규정될 어려운 미션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그 잔을 들었고, 독을 빼고 영광만 마셨다.

“안될 건 없다고 봤어요. 사실 당시 선수들이 경기력도 그렇고 안 좋았지만, 그것을 다 끌어내고 조합을 잘 맞추면,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됐기 때문에 감독직을 수락했어요. 자신감이 없었다면 안 했을 거예요. 자신 있었어요.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가 다 끌어내야 하겠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도전할 수 있다. 확신이 있었어요.”

사실 김 감독은 앞서 강원FC에서 강등 위기 속에 경질됐고, 성남FC에서도 비판 여론 속에 물러났으며, 가장 최근에 맡은 프로팀 광주FC에서도 끝내 1부 잔류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며 내리막길에 있었다. 아시안게임에 축구 인생을 걸었다고 한 것은, 어쩌면 그에게는 마지막 불꽃이 될 수 있는 시점의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모든 실패가 실패가 아니고, 앞으로 어느 위치에서든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도, 그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저는 실패해도 실패했다고 생각 안 해요. 성공했다는 것도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성공이라고 생각 안 하고. 계속 진행형. 실패해도 진행형, 성공해도 진행형. 결국 -ing라는 거죠. 도전한다는 생각은 제가 끝날 때까지 갈 거예요. 계속해서 도전할 거예요. 도전!" 

인터뷰는 (2)편에 계속됩니다.

:: 김학범 감독의 인터뷰 풀영상은 11일 밤 9시 30분 SPOTV 프로그램 '스포츠타임'에서 방영됩니다.

인터뷰=한준 기자,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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