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슨 디섐보는 '깃대 퍼트' 선구자로 미국 프로 골프(PGA)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바뀐 골프룰로 처음 치러진 대회. '깃대 퍼트'가 갤러리 시선을 사로잡았다.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골퍼가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대세로 자리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작지 않다. 브라이슨 디섐보(26) 게리 우들랜드(35, 이상 미국) 등 선구자들이 PGA 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깃대 퍼트가 지닌 효용을 어필했다.

'필드 위 물리학자' 디섐보는 대회 내내 화제 중심이었다.

7일(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디섐보는 1라운드부터 독특한 퍼트를 선보였다.

1라운드에서 뽑은 버디 6개 가운데 4개를 깃대를 꽂은 상황에서 얻었다. 퍼트로 얻은 타수를 의미하는 스트로크스 게인드-퍼팅(Strokes Gained-Putting)에서 3.868을 기록했다. 정상급 퍼터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치다.

대회 2라운드가 백미였다.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 공동 2위에 오른 디섐보는 두 번째 라운드에서도 깃대를 그대로 두고 퍼트를 쳤다. 치는 공마다 쏙쏙 홀 안에 들어가 갤러리 탄성을 자아냈다.

▲ 2019년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프리 라운딩에서 핀을 꽂고 퍼트 연습하는 브룩스 켑카

최종합계 22언더파 270타로 센트리 토너먼트 준우승을 거머쥔 우들랜드도 깃대 퍼트 덕을 봤다.

3라운드 15번 홀에서 약 20m 거리 내리막 퍼트를 쳤는데 굴러간 공이 깃대를 맞고 홀 안에 떨어졌다. 깃대를 꽂고 퍼트한 선택이 행운의 이글로 이어져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까지 그린에 공을 올리면 깃대를 뽑고 플레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게 룰이었다. 어기면 2벌타였다.

PGA 규정집에도 '홀에서 깃대를 뽑거나 캐디 등 관계자가 깃대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턴 자유 재량이다. 개정된 골프룰에 따라 깃대를 꽂은 상태에서도 퍼트를 할 수 있다.

현재 새 규칙에 대해 유불리와 호불호를 입밖에 내는 골퍼가 많다. 저스틴 토마스(26, 미국)가 대표적. 그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깃대 퍼트를 수용할지 안 할지)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친 마크 리시먼(36, 호주)도 "딱 한 번 시도해봤는데 앞으로 안 할 생각이다. 이런 규정은 없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디섐보와 우들랜드, 브라이언 하먼, 로리 매킬로이 등이 선구자로 치고나왔다. 

이들도 홀마다 전부 핀을 꽂은 채 퍼트하진 않는다.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바뀐 규칙을 활용한다.

내리막 퍼트이면 깃대가 눈에 보이는 게 심리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플레이하는 식이다.

디섐보는 지난해 11월 미국 골프 뉴스 사이트 '골프 닷컴'과 인터뷰에서 핀을 꽂고 퍼트하겠다는 뜻을 처음 밝혀 팬들을 놀라게 했다. 깃대가 지닌 반발 계수가 퍼팅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데 유리섬유 재질인 일반 깃대는 빼지 않고 공을 굴리는 게 더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유명 골프 해설위원 브랜들 챔블리도 "깃대 퍼트가 훨씬 유리하다. 아마도 올 연말쯤엔 모든 골퍼가 깃대를 꽂고 공을 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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