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류지혁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후배들을 보면서 지금 야구를 대하는 이 마음, 생각을 갖고 20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면 조금 더 야구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언제까지 막내일 줄만 알았던 두산 베어스 류지혁(24)은 최근 내야수 맏형 노릇을 했다. 그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내야수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다. 마무리캠프는 2군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을 위주로 꾸리다보니 그렇게 됐다.

2012년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류지혁은 빠르게 내야 백업 1순위로 자리를 잡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상무에서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16년부터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류지혁의 강점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수비력. 주 포지션은 유격수인데 1루, 2루, 3루까지 커버한다. 올 시즌 유격수 김재호가 어깨 부상 여파로 출전이 어려울 때, 1루수 오재일이 타격 슬럼프에 빠져 2군에 머물고 있을 때 류지혁이 있어 빈자리를 채워갈 수 있었다. 이제 다른 팀에서 "우리도 류지혁 같은 선수 하나만 있었으면"이라고 할 정도로 성장했다. 

마무리캠프에서는 어린 선수들을 이끌면서 '선배' 경험도 했다. 류지혁은 "형들이랑 있을 때는 내가 물어봤다. 이번에는 애들이 나한테 물어보더라. 그러면 '정말 미안한데 형도 몰라. 너는 지금 어떻게 하는데?'라고 물어봤다. 보여주면 '야구에 정답은 없으니까 편하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김)재호, (오)재원이 형한테 들은 게 많지만 후배들한테는 나중에 1군 와서 직접 물어보라고 이야기해준다. 내가 들은 걸 전달하는 것과 형들한테 직접 이야기해주는 거랑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우리 팀 내야수면 톱은 재호, 재원이 형이다. 이 친구들이 나중에 1군 오면 분명 또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은 나도 배우고 있어서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유독 짧게 느껴진 한 해였다. 타격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류지혁은 128경기 228타수 61안타(타율 0.268) OPS 0.683 1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 두산 베어스 류지혁 ⓒ 두산 베어스
류지혁은 "내가 한 게 없어서 정말 시즌이 짧게 느껴졌다. 타격이 정말 기대 이하였다. 해마다 고민을 하긴 하는데, 올해는 생각을 정말 많이했다. 오죽 안 됐으면 연습을 안 했다. 계속 해도 마음처럼 안 되니까 연습을 하지 말아보자 했다. 그런데 다시 또 방망이를 잡고 있더라.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라고 털어놨다.

마무리 캠프에서는 김태형 두산 감독과 타격 코치들에게 지적 받은 것들을 종합해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치기 전 준비 동작을 가장 신경 썼다. 류지혁은 "준비 동작이 너무 급하다. 늘 영상 보면서 급한 걸 나도 느꼈다. 상대 투수와 상관 없이 여유 있게 준비하고 확인해서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멀리 보면서 문제점을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류지혁은 "길게 보고 바꿔보겠다. 야구를 계속 오래 할 거니까. 방망이는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서 길게 보고 안 되도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류지혁은 자신의 고민을 곱씹어 보고, 후배들의 고민을 나누며 조금 더 성숙하게 야구를 대하고 있었다. 지금 마음가짐으로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스물 넷 류지혁도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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