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은 애초 자신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브로커로 낙인찍혔지만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문우람을 위한 양심 선언이 주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말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태양의 말, 그리고 그가 준비한 자료에서 6명의 이름이 나왔다. 이제 사람들은 문우람에 대한 진실보다 누가 승부 조작(혹은 불법 스포츠 베팅)을 했는지 혹은 그 주장이 사실인지 궁금해한다. 작전이라면 오판이다.
의혹은 제기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앞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폭로전을 시작한 이태양은 그 어떤 증거도 꺼내지 않았다. 낙인만 남겼다.
계산하지 않은 순수한 분노였을 수 있다. 그래도 아쉽다. 이태양이 "왜 이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운 선수들의 이름은 브로커의 주장에서 나왔다. 아니면 이태양과 브로커가 또 다른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기자회견에서 그정도는 말할 수 있었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번 일로 승부 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깨달을 수 있다거나, 아직 남아 있는 불씨를 다 제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승부 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이런 무리한 폭로전에 의해서만 얻어야 하나. 불씨가 남았다고 해도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방법을 쓸 수는 없었나. 문우람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달라고 외치면서 또 다른 전 동료들을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다시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떠올려본다. '문우람의 무죄를 폭로하고 이태양이 이에 대해 사실 표명하는 양심선언'.
문우람이 진실에 다가서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승부 조작이 없기를, 지난 일이 있었다면 밝혀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억울한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