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발롱도르 수상자 모드리치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발롱도르 수상자 루카 모드리치(레알마드리드)를 두고 논란이 있다. 하지만 모드리치의 수상은 지난 10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결과다.

지난 10년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다. 매 시즌 30골 이상을 너끈히 넣는 두 선수는 팀의 우승에 가장 핵심으로 평가 받았다.

모드리치는 득점력이 아닌 다른 무기를 가지고 최고의 선수의 자리에 섰다.

모드리치는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뒀고, 조국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2018 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호화 군단' 레알마드리드에서 만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준우승이란 결과가 준 임팩트가 컸다. 모드리치는 소국 크로아티아를 끌고 결승까지 올랐다. 주장 완장을 차고 중원을 지킨 모드리치의 존재감이 컸다. 개인 기술도 뛰어났지만 경기 전체를 운영하고 밸런스를 잡는 선수였다. 사실 크로아티아에 이반 라키티치(FC바르셀로나),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데얀 로브렌(리버풀), 안테 레비치(프랑크푸르트) 등 수준급 선수들이 있지만 결코 우승 전력이라고 평가받지 못했다. 

모드리치는 남성잡지 'GQ'와 인터뷰에서 2018년을 돌아보며 "아주 길고 어려운 여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때문에 훨씬 더 행복하다. 내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승리를 거뒀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 크로아티아처럼 작은 나라와 함께 월드컵 결승까지 갔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축구가 골, 골, 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모드리치, 발롱도르 수상 뒤 GQ와 인터뷰)

'메시-호날두' 구도를 깨뜨린 모드리치의 수상은 축구의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실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 이전엔 공격수가 아닌 수상자들이 많았다. 마티아스 잠머(1996년), 지네딘 지단(1998년), 루이스 피구(2000년), 파벨 네드베드(2003년)등 미드필더들이 발롱도르를 받았다. 지단과 피구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부흥기를 연 인물들이다. 잠머와 네드베드는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소속 팀이 성적을 내는데 공헌한 살림꾼들이었다.

2006년엔 심지어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공로로 발롱도르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당시 2위 수상자는 잔루이지 부폰이었고, 3위가 공격수 티에리 앙리였다. 단단한 경기 운영으로 월드컵을 들어올린 데는 공격수들보다 수비수들의 몫이 컸기 때문이다.

2008년 호날두의 수상 이후 이어진 10년 동안은 골이 최고의 가치였다. 그래서 수상 결과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0년 메시가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차비 에르난데스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 2013년 바이에른뮌헨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음에도 프랑크 리베리가 3위에 그쳤을 때, 2014년 독일이 월드컵을 우승했지만 여전히 호날두와 메시가 1,2위를 기록했을 때 모두 그랬다. 골을 많이 기록하는 메시와 호날두가 번갈아가며 정상을 지켰다. 10년의 장기 집권이 끝에야 그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축구는 11명이 어우러질 때 가장 강하다. 호날두가 다비드 데 헤아처럼 선방을 할 수 없고, 메시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같은 장신 공격수를 공중에서 제압할 수 없다. 여전히 골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이들에게 모드리치의 수상은 이해되지 않는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골만으로 수상자를 정했을 때도 논란은 존재했다. 모드리치의 발롱도르 수상은 축구에 골 이외에 다양한 양상이 존재한다는 걸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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